을지병원, 보도채널 주주참가 ‘논란’

법조계 “의료법인, 직접 투자할 수 없어"

영리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있는 의료법인이 지난해 12월 31일 정부가 선정한

보도전문채널인 연합뉴스TV(가칭)에 출자한 것으로 드러나 사업자 선정 과정에 부실심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채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자본금

총액을 가장 큰 선정기준으로 삼았지만 보도채널 선정사의 대주주가 이 사업의 투자를

할 수 없는 의료법인이어서 더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방통위는 구랍31일 종편채널 및 보도채널 선정결과를 발표하고 이튿날 선정 방송사

참여사를 밝히며 의료법인 을지병원이 보도채널 연합뉴스TV에 4.959% 출자키로 했고

을지병원의 관계재단인 을지학원 또한 연합뉴스TV에 9.917% 출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을지병원측은 학교법인 을지학원의 출자지분을 모두 합쳐 14.876%의 지분을

연합뉴스TV에 출자하게 되는 셈이어서 연합뉴스에 이어 대주주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의료계와 법조계 등에서는 비영리 의료법인이 어떻게 방송사에 투자를

할 수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령 제20조는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영리법인은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또 의료법 제49조에는 의료법인이 의료기관에서 의료업무 외에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을

△노인의료복지시설 △장례식장 △부설 주차장 △휴게음식점 영업과 같이 의료기관

종사자나 방문객의 편의를 위한 일부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은 이윤을 구성원에게 분배하지 않는 한 비영리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본질에 반하지 않는 정도의 수익행위를 하는 수준에서만 허용되며 이 가운데에서도

의료법인은 영리활동이 까다롭게 규제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인의 방송사 투자가 위법은 아니다”며

“의료기관도 정기예금과 마찬가지로 유가증권 형태로 재산을 보유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만 주식으로 보유할 경우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리감독 차원에서 주식으로 보유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현행법

상 위반 시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복지부의 해명은 지금껏 의료법인

규제와 동떨어진 궤변”이라면서 “비영리법인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영리목적의

주식투자를 할 수 없으며 을지병원은 연합뉴스TV의 주요주주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렇게 예외를 허용하면 대기업 오너가 별도 재단을 만들어 온갖 전횡을 할

수도 있다”면서 “의료법인이 방송사의 주요 주주가 된다면 영리법인과 차이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한 변호사는 “한 병원에서 정관변경 신청을 하면서 영리사업인 임대업을

넣었다가 반려된 적이 있다”며 “병원 건물의 임대업도 불가능한데 무슨 투자가

가능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신현호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해 동료 변호사들과 의견을 나눴다”면서 “방통위나

을지병원 등이 법을 검토했겠지만 아무리 해석을 해도 대표적 영리법인인 방송주식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전했다.

의료전문 이인재 변호사는 “만약 특별법을 만들었다면 이에 따라 투자를 할 수

있겠지만 특별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을지병원의 출자 계획은

위법소지가 있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의 관계자는 “만약 보건복지부에서 의료법인인 을지병원의

연합뉴스TV 출자에 대해 의료법상의 규정에 따라 승인을 거부하거나 허가하지 않는다면

연합뉴스TV의 주요주주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로선 을지병원의

연합뉴스TV 출자는 방송법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을지학원은 연합뉴스TV에 9.917% 출자키로 방침을 정했는데 이는 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 이상 소유하고 있는 주요주주에 적용되는 공시의무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또 의료법인 을지병원은 4.959%를 출자키로 해

연합뉴스TV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기업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5% 룰에서 벗어나게 된다.

병원 관계자들은 “의료법인에서 영리법인에 투자했다면 자문 변호사들과 공무원들이

기본중의 기본이라 할 의료법인의 영리법인에 대한 출자금지 조항을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분야는 특수성이 많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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