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과 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CARVAR,

카바) 수술은 계속될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올해 안에 이 수술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SBS TV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18일

이 수술의 안전성 및 송 교수의 윤리와 진실에 물음표를 다시 던졌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며칠 전부터 송 교수를 지지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방송이 끝나자 취재진을 비난하는 글들로 뜨거웠다. 송 교수도 20일 새벽에

‘편파 방송’에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 반면 트위터 같이 ‘조직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는 SBS의 보도를 응원하는 글들이 많았다. 시청자 게시판의 일부에서나

트위터에서는 송 교수의 행태가 황우석 박사를 닮았다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송명근 교수와 황우석 박사는 닮은꼴일까? 마침 황 박사는 16일 서울고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언론은 황 박사의 거짓말 사태 이후 동물복제 성과를 보도하며 ‘컴백

콜’을 외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묘하게 같은 시기에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비교 당하는 것을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송 교수는 이전

코메디닷컴의 기사에서 ‘의료계의 황우석?’이라는 기사제목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거리로 삼은 적이 있다.

어쩌면 두 사람이 일정 부분 동변상련의 감정을 가질 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에겐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송 교수는 황 박사와 달리 한국 의학사에 획을 그을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1992년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첫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한 이후 심장

수술 분야에서 숱한 ‘국내 최초’ 기록을 써왔다. 반면 황 박사는 1999년 국내 첫

동물 복제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복제소 ‘영롱이’의 어미가 누구인지도 밝혀지지

않았고 ‘영롱이’에 관한 논문도 없다.

그러나 거꾸로 황 박사는 이런 저런 논란에 휩싸였고 거짓말이 드러났지만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다. 대신 송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수술법을 강행,

수많은 사람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더 비판 받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닮은 점이 여러 가지다. 한 시청자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시청자 게시판에 쓴 대로 어떤 면에서는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두 사람 모두 전문가 집단보다 대중의 인정을 받았고 대중에게 기댔다.

황 박사는 한때 누구나 인정하는 ‘국보급 과학자’였다. 송 교수는 MBC TV ‘성공시대’,

EBS TV ‘명의’ 등을 통해서 지명도를 높였다. 2007년 말 조선일보에 자기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상이 됐다. 코메디닷컴의

취재 결과 기부 약속은 허언(虛言)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어쨌든 이런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황 박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문을 받았다. 송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대받아 갔다.

둘째, 두 사람은 동료 과학자의 검증을 거부하고 언론을 찾았다. 황우석 박사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언론을 통해 돌파를 했다. 그는 비판에 직면할 때마다 증거자료나

논문 대신 언론에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의혹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황 박사가 과거 ‘PD수첩’ 방송에서 윤리성 문제를 지적받았지만 그 후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이 보도되자 난자 제공 희망자가 일거에 800명이 넘었다는 것은 그가 기댔던

‘언론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송 교수는 논란이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을

열거나 보도자료를 뿌렸다. 송 교수는 언론을 통해 “카바 수술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주장”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셋째, 두 사람은 과학의 공개 원칙을 무시했다. 이들은 ‘피어리뷰(동료 학자의

검증)’ 요구를 외면하고 원천기술이나 특허 등을 무기로 삼았다. 황 박사는 논란이

확대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원천기술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며 “한국의 독보적

기술인 배아줄기세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동물실험자료 요청에 대해 “특허와 관련됐기 때문에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자료를 공개하면 국익에 손해가 된다”고 말했다.

넷째, 문제가 생기면 애국심에 호소했다. 원천기술과 특허 이야기는 곧바로 국익과

노벨상으로 이어진다. 황 박사는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이라고 표현했고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송 교수는 “향후 5년 안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두 사람은 진실공방 과정에서 자기에 대한 비판이나 진실확인 시도에 대해 ‘황우석

죽이기’와 ‘송명근 죽이기’라고 표현하곤 했다. 또한 논문의 진위여부를 떠나

‘조국의 과학자 죽이기’ ‘노벨상 죽이기’로 이미지 작업을 했다.

다섯째, 두 사람 모두 ‘음모론’을 즐겨 찾았다. 어떤 배후세력이 있고 자기들을

방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과학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 송 교수는 대한흉부외과학회에서

카바 수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판막회사의 스폰서를 받는

학회 의사들이 계획적으로 나를 죽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황 박사는 논문 조작

실체가 드러나자 미국의 음모론을 들고 나왔고 “서울대 의대 팀에서 (수의과 출신인)

나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언론에 호소하기도 했다.

여섯째, 언변의 달인이다. 그러나 그 언변은 필요에 따라 계속 바뀌었다. 논문

날조 주장에 처음에는 떳떳하다고 말했던 황 박사는 “인위적인 실수가 있었다”에서

“줄기세포는 있었지만 다 죽었다”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로 말을 바꿨다. 송

교수는 최근까지 카바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사망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수술 부작용도 사례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가 계속 제시되자 불과 한

달 사이에 송 교수가 인정하는 사망자수는 15명에 이르렀다. 그러자 기존 치료법에

비해 양호하다, 분석이 잘못됐다 등으로 말이 바뀌었다.

일곱째, 연구과정과 결과에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 황 박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처벌받는 신세다. 논문내용을 조작해 정부 지원금을

받아 내거나 연구비를 횡령한 것이다. 송 교수는 카바 수술에 사용되는 기구를 생산하는

사이언시티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윤리적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송 교수는 재산 기부를 발표했지만 공허한 약속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될 환자에게 카바 수술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덟째, 자기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주변의 관계인을 이용했다. 황 박사는

기자회견장에 제자들을 도열시켰고 송 교수는 환자들을 대동했다. 황 박사는 기자회견장에

20여명의 연구원들을 세워놓고 “제게 남은 인생은 반성과 회한뿐이겠지만 이분들에게는

일할 수 있는 터전과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자 수를 왜 속였냐”는

질문에 연구원에게 대신 대답하게 해 “연구 성과를 발표할 때는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더니 굴욕의 순간에는 연구원들을 앞세운다”는 비판을 받았다. 송 교수는 ‘송카사모(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이전 수술 환자들, 제자를 내세웠다.

SBS 방송 전후 시청자게시판은 송 교수의 환자들로 뜨겁게 달궈졌다.

아홉째,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PD수첩 방영 후 황 박사는 당시 연구팀의

김선종 박사와 MBC사장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송 교수도 카바 수술 관련 의혹을

보도한 코메디닷컴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황 박사는 결국 거짓된 논문임이

드러났고 16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송 교수의 카바 수술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객관적인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이 소송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이와 같이 송 교수와 황 박사는 너무나 닮은꼴이다. 이런 과학자들이 큰 소리

치는 것은 과학의 원리가 우리사회에 상식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오류와

수정, 공개와 비판-협력이라는 과학의 절차보다는 결과에 집착하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마침 오늘(12월 20일)은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세상을 떠난 날이다. 그는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과학자들은 언제나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여러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야 하며 무자비할 정도로

자기 비판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비 과학자들은 동료 과학자들의 비판을 ‘음모론’으로 몰고 간다. 동료 과학자들의

검증을 가로막고, 동료 과학자들의 비판에 역정을 낸다면 이미 과학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과학자 사이에서 “나는 언제나 옳다”가 아닌 “나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가 물 흐르듯 통용되는 사회라면 그 속에서 진정한 국익도,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도 태어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명근 교수 사건은 황우석 논문 사기극과

마찬가지로 우리 과학사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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