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이행기, 앞으로 30년을 잘 살 준비하는 시기

백은정의 女子이야기

11월 18일. 올해도 어김없이 대입수능시험이 요란하게 전국에서 시행되었다. 쌀쌀한

날씨만큼 학생과 부모 마음을 졸이게 하는 입시 풍경이 반복됐다. 신문 1면에는 시험장

학생들의 모습과 교문 밖에서 두 손을 모은 어머니의 모습이 또 실린다.

엄마가 된 지금의 나도,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도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한가지일 것이다. 아니 부모님 세대는 궁핍함 속에 자식만이 실낱같은 희망이기에

자식 교육은 모든 것에 앞서는 절실함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반복해서

말한 대한민국의 교육열 아니던가.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우리나라 여성 폐경 나이가 평균 50세임을 감안할

때 갱년기에 해당하는 나이 인데도 그는 소녀같이 예쁘고 단아했다. 말투나 옷매무새도

생김새와 비슷했다. 어찌 보면 세상사에 길들여진 ‘아줌마’ 나이를 잊고 누군가

보호해 줘야만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가 진료실로 나를 찾은 것은 2년 전으로

기억한다.

과다한 분비물, 가려움, 수면부족 등이 주 증상인 캔디다성(곰팡이) 질염이었다.

고3수험생의 엄마라고 자기를 소개하고는 뭔가 말할 듯 하다가 머뭇거리기만 했다.

곰팡이성 질염은 워낙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그는 한 달이 멀다하고 나를 찾았다.

5~6개월 쯤 지나자 슬며시 속을 털어놨다.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 가슴도 답답하고,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요.

식은땀도 흐르고, 사람들 많은 곳에 가면 얼굴이 달아올라 도망가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그는 질염 치료 때마다 부부관계 시 통증을 호소했다. 고3엄마라서 그러려니

하고 무심히 넘긴 게 송구해졌다.

그가 호소하는 증상은 갱년기, 즉 폐경이행기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폐경이행기는

생리가 완전히 없어지는, 폐경이 진행되는 약 1-2년간을 말한다. 폐경기 호르몬검사를

했더니 난포자극호르몬(Follicular Stimulation Hormon, FSH)은 69.45mIU/mL, 황체형성호르몬(Luteinizing

Hormon, LH)은 38.66mIU/mL으로 증가되어 있었고 에스트라디올(Estradiol)이 14.06

pg/mL으로 감소돼 있었다.  

폐경이 되어가는 시기인 폐경이행기, 즉 갱년기에는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며

점차 생리가 안 나오는 기간이 길어진다. 이 때 혈중 FSH 농도는 올라가는 것이 전형적이다.

폐경은 적어도 생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 이행기가 12개월 이상 진행됐을 때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폐경이행기의 특징은 △얼굴이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가슴 두근거림

△깊은 잠을 못 드는 수면장애 △부부관계 시 통증 등이다. 대부분의 경우 호르몬

치료가 잘 듣는 편이므로 적절한 상담으로 호르몬 보충요법을 하는 게 좋다. 호르몬

보충요법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할 기회를 갖겠다.

그에게 권한 치료법은 2~3년 단기간의 호르몬 요법이었다. 정기적으로 약을 먹은

뒤 그의 증상은 한결 나아졌다. 그를 힘들게 몰고간 것은 ‘고3 학부형’이라는 중압감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갱년기의 중요한 변화를 함께 겪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은 폐경이후 약 30여년의 삶, 즉 인생의 1/3이상의 삶을 살게 된다. 폐경이

되면 난소의 기능이 줄어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고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

폐경이 시작되는 연령은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초경이 빨랐든지

늦었든지, 어떤 인종인지, 사회경제적인 상태가 어떠한 지는 큰 영향이 없다. 다만

흡연이나 골반 내 장기의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자궁적출술 등이 난소기능을 약화시켜

일찍 폐경을 부를 수도 있다.

갱년기는 여자의 일생 가운데 커다란 변화기 중 하나이다. 초경 임신 출산 등의

변화는 생산적이고 호르몬의 증가 등 발전적인 변화다. 그러나 폐경은 있던 것이

없어지고 생산력이 감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실감 등 심리적인 위축도 매우 크다.

1~2년, 길게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이 시기가 폐경 후 여성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참고 견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 산부인과 주치의가 없다면 바로

주변 산부인과를 찾아 당신만을 위한 주치의를 만들어야 한다. 생리가 닫힌 후 건강에

대한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격이라면 맘에 드는 비유가 될 지…

코메디닷컴 kormedinews@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