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추적해 병원 평가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이규식 초대 원장

“예전의 병원 평가제는 겉핥기식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우리 인증원의 인증제가

뿌리를 내리면 병원도 살고 환자도 만족하는 제도가 될 것입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하 인증원, KOIHA) 초대 원장에 취임한 이규식 연세대원주캠퍼스

보건행정학과 교수(63, 사진)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인증원은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가업무를 한데 합쳐 수행함으로써

의료서비스 질과 환자안전 수준을 높여 국민건강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설립됐다.

지난 16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출범하고 인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초 서울대병원에 이어서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서울성모병원이

인증조사를 마쳤다. 인증원은 올해 말까지 인증을 신청한 18개 의료기관에 대한 인증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더 많은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평가제의 한계 보완 위해 설립

보건복지부는 기존의 ‘의료기관 평가제’의 한계를 절감하고 2008년 1월 ‘의료기관평가제도

선진화’를 국정과제로 채택, 인증전담기관을 설립하게 됐다.

이규식 원장은 “기존 의료기관평가제도는 평가기관이 둘로 갈려 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이 떨어졌다”며 “특히 300여개 종합병원 위주의 평가로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과거 평가 방식도 문제였다. 평가위원이 병원을 방문, 체크리스트를 보며 필요한

물품이나 장비가 있는지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평가위원이

오기 전 며칠 동안 많은 준비를 하는데 반나절만 대충 훑어보고 지나가버려 과연

평가는 제대로 한 것인지 늘 찜찜했다”고 말했다.

반면 인증원은 전담 조사위원이 불특정 환자를 선택하여 의무기록을 토대로 환자의

진료경로를 따라 환자, 의료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과정과 결과를 현장에서 실제

확인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는 ‘추적조사기법(Tracer Methodology)’을 사용한다. 이규식

원장은 “이런 기법을 쓰면 실제 환자가 좋은 의료 환경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는지

깊이 있는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가기준은 국제수준에 부합하도록 현행 평가기준과 선진국의 평가기준을 통합하여

4개 영역, 13개 장, 41개 범주, 83개 기준, 404개 조사항목으로 구성된다. 인증을

받으려면 환자와 직원 안전과 관련된 5개 인증기준을 반드시 충족하고 영역별 인증기준

충족률이 80% 이상이어야 한다. 인증 유효기간은 4년이다.

60% 이상일 때는 일단 조건부인증이 되고 1년 유효기간 내에 재인증절차가 진행된다.

전문성과 공정성은 믿어도 돼

전담조사위원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형병원에서 일정 기간 일한 경험이 있는

퇴임 3년 이내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20명 정도인데 앞으로 계속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외에 자원조사위원 270여명을 합쳐 현재 300명 규모의 조사위원을

확보하고 있다.

인증원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어떤 조사위원이 어떤 병원을 방문할지

비밀로 하고 있다. 이규식 원장은 “예를 들어 서울 지역 병원은 지방 병원 출신

위원이 맡게 해 사적인 알음이나 기준이 배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병원까지 인증제로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

인증제는 앞으로 300병상 미만인 2700여개의 중소병원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이규식

원장은 “환자들이 대형병원에 몰리는 이유는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인증제를 통과한 병원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확산돼

환자 의료비도 절감하고 중소병원의 경영난도 해소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인증제의 한계도 있다. 기존 평가제가 의무 참여를 전제로 한 반면

인증제는 자율신청이 원칙이다. 병원이 원하지 않으면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규식 원장은 “인증 필요성을 병원과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좋은 병원들이 인증을 받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인증 신청 의료기관이

늘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모든 병원 수준이 높아지고 결국 국민건강 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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