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예방, 질병도 법정싸움도 없앤다

서상수의 법창&의창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전국시대에 활약한 전설적인 명의 진월인, 편작(扁鵲)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어느 날 위나라 왕 문후가 편작에게 “그대의 형제들은 모두

의술에 정통하다고 들었는데, 누가 가장 뛰어난가?”라고 물었다. 편작은 “큰 형이

으뜸이며, 둘째 형이 다음이고, 제가 가장 비천합니다”고 답했다.

문후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대의 이름이

가장 알려져 있는 것인가?”

편작은 “큰 형은 환자의 얼굴빛만 보고 병이 생기기도 전에 치료하니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법이 없습니다. 작은 형은 환자의 병색이 미미할 때 치료해 장차 큰 병을

막았으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은 병이라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환자의

병이 위중해진 뒤에야 알아보고 약을 쓰고 수술을 하니 사람들이 큰 병을 고쳤다고

믿습니다”고 답했다.

동한 말기의 명의 화타는 신체 단련을 통한 체질 증강과 질병 예방을 매우 중요시했다.

호랑이, 사슴, 곰, 원숭이, 새 등 다섯 가지 동물의 동작을 모방한 ‘오금희(五禽戱)’라는

운동도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 또한 “적당한 영양과 운동이 건강에

이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방은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침이다. 이는 법률분쟁해결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의료소송에서도 예방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의료소송 중에는 의료진이 시술과정에서 과실이 있거나 환자에게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다. 또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믿지 못해 단순히

나쁜 ‘결과’에만 집중해 환자 측에서 의료과실을 의심하고 소송을 내는 사례도

간혹 있다. 특히 설명 부족으로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의료진이 환자 쪽에 조금만

더 설명하고 환자 쪽에서도 의료진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음을 가졌다면 소송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의료소송도 예방적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윤정구(가명)씨

부부는 구토와 설사를 계속되는 아기를 데리고 동네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아기를

눈으로 살피고 청진기로 진단한 후 겨울에 흔한 감기와 위장염으로 보고 감기약을

처방했다. 아기는 집에 돌아온 뒤에도 구토와 설사를 계속했다.

윤 씨 부부는 다음날 같은 의원을 다시 찾았지만 의사는 같은 처방만 하면서 증세가

심하면 큰 병원으로 가라고만 했다. 아기는 다시 집에 온 뒤 구토와 설사를 계속

했다. 윤 씨 부부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당직의사는 엑스레이 촬영 후 세균성 장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해열제를

처방한 후 퇴원시키면서 증세가 악화되면 다시 오라고 했다. 아기는 집에 온 후 약을

먹어도 입술이 파래지고 구토와 설사를 계속했다. 아기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윤 씨 부부는 그날 저녁 119 구급차로 아기를 대학병원에 옮겼지만 도착 때 아기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부검 결과 아기는 지속적인 구토와 설사로 인한 탈수와 전해질

이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왔다.

윤 씨 부부는 동네의원과 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동네의원 의사와

대학병원 당직의사가 자기 진단결과만 믿고 아기의 탈수와 전해질 이상에 대응하지

못해 아기가 사망했다고 보았다. 법원은 동네의원과 대학병원에 모두 1억원 상당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에서 의사들이 아기 병만 진단하지 않고 지속적인 구토, 설사 때문에 탈수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그에 대한 예방 대처법도 설명했다면 부모는 어린 생명을

잃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료소송은 의사가 사전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을 헤아려 예방적 조치를 했느냐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많은 의료소송이 전국 각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건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소송까지 이르게 된 데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우선 믿음이 튼튼하게 서야

한다. 의료진은 좀 더 성실한 진단과 처치로 의료분쟁을 예방하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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