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안정제, 부작용 알고도 30년 ‘쉬쉬’

영국 벤조디아제핀 스캔들 “떠들썩”

영국에서 신경안정제 ‘벤조디아제핀’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보고서가 아무

검토 없이 묻혔다는 사실이 30년 만에 밝혀져 의학계가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저명한

정신의학자가 뇌가 수축된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의 의학연구예산 집행을 결정하는

심의기관이 이를 묵살해서 의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에서만 그동안

수 백 만 명의 피해자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벤조디아제핀은 불안, 스트레스, 불면증, 근육 경련 등에 처방되고 있으며

최근 각종 부작용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 약은 우리나라에서도 로라제팜, 디아제팜,

클로티아제팜 등의 성분명으로 팔리고 있으며 대표적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감사원이 발표한 식품의약품안전청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4~12주 이상 처방해서는 안 되지만 12주 이상을 처방한 사례가 무려 6만1351건이나

됐다.  

7일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 지 등에 따르면 1982년 영국 의학연구심의회(MRC)의

전문가들은 정신의학연구소 말콤 레이더 명예교수가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하면 만성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나타나는 뇌 수축 현상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자 장기조사가 필요하다고 동의했지만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더구나 MRC의 1982년 보고서는 2014년까지 비공개로 돼 있으며 이후 레이더 교수의

문제 제기와 관련한 어떤 대책회의나 연구도 실행하지 않았다. MRC는 1982년 이후

벤조디아제핀에 대한 20번 남짓의 연구를 지원했지만 모두 동물실험이었고 레이더

교수의 문제제기에는 답을 내놓지 않아 왔다. 1995년 히더 애쉬톤 뉴캐슬 대학교

명예교수가 이 약의 장기 부작용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MRC에 연구비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이 약은 1960년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인체에 무해하다는 광고로 사랑받으며 출시

10년 만에 세계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약 중 하나가 됐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2000만

건 이상이 처방됐으며 150만 명 이상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레이더 교수는 이 약을 복용하면 뇌가 수축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중독이 되면

타는 듯한 기분, 시야의 일그러짐, 두통과 같은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보고서 채택 이후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검증요구가

철저히 외면돼 왔으며 영국 정부에도 이에 대한 회의 기록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자발적 신경안정제 중독 해결을 위한 초당적 의회 협의회’의 짐 도빈 의장은

“약을 끊고도 정신적, 육체적 문제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많다”며 “MRC가 왜 이런

심각한 부작용이 의심되는 약에 대한 어떠한 검증 작업도 없었는지 그 스캔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법 전문가 캐서린 홉킨스도 “피해자가 많은 만큼 이번 사태는 정부를 상대로

한 가장 큰 건의 소송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영국에서 벤조디아제핀은 최대 4주치만 처방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무제한에 가깝게 처방되고 있다.

MRC 대변인은 뒤늦게 “MRC 신경과학위원회는 레이더 교수의 연구결과를 받았으며

이에 대한 연구비 신청에도 열려 있다. 그러나 MRC는 과학적 기준에 적합한 연구과제에

대해서만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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