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뇌물 쌍벌죄 주장은 잘못” 황당한 사과

의약계, 국민 안중에도 없는 ‘짬짜미’

한미약품 임선민 사장이 전국의사총연합회(이하 전의총)라는 의사단체를 방문해

지난해 말 정부에 “약 거래에 따른 리베이트를 주는 곳과 받는 곳을 함께 처벌하는

쌍벌죄를 실시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하자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는 업계 상위의 회사 사장이 직접 전의총을 찾아가 무릎을 꿇다시피

한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는 분위기다. 의료계는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제약업계 때문에

나빠진 의사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아직 분이 덜 풀린 것 같다.

문제는 일반 국민이다. 한미약품 사장이 의사들의 이익단체를 찾아가 고개를 숙이고,

의사단체인 전의총 소속의사들이 뭉쳐서 제약회사 하나를 불매운동의 볼모로 삼은

행태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일들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이 풍경은 시간적으로는 지난해 11월 한미약품을 포함한 국내 제약사 5곳 주도로

제약협회가 정부에 리베이트 쌍벌제를 건의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의료계는 이런

제약사들을 괘씸하게 여겼다. 의사들은 이심전심(?)으로 한미약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 전까지 10% 정도 성장세를 유지하던 한미약품의 매출은 의사들의 불매운동 후

매출이 2% 감소로까지 반전됐다. 한미약품 임선민 사장은 12일 직접 불을 끄러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은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가 건강보험재정 절감효과는 확실치 않으면서도

제약산업을 크게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제약협회가 정부에 리베이트 쌍벌제를 건의하게 됐던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임 사장은 “의료계 정서를 잘 모르고 건의한 것에 책임을 느끼고 공식 사과한다”고

밝혔다. 13일 이런 사실을 보도 자료를 통해 언론에 공개했던 전의총은 14일 문제가

불거지자 오후 다시 보도 자료를 냈다. 전의총은 “이번 의사들의 한미약품 제품

불매운동은 전의총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임 사장은 다른 일로

전의총을 찾아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의총 노환규 대표는 “전의총이 한미약품의 리베이트 살포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했고 한미약품은 이에 대해 이해를 구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전의총은

5월30일 “한미약품이 강의나 시판 후 조사(PMS)에 참여한 적이 없는 개원의들의

통장에 강사료 및 PMS 비용 명목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입금했다”며 이 회사를

‘불법리베이트 살포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노 대표는 “한미약품은

전의총이 다시 고발을 하는 등 압박할까 대비해서 사과를 하러 왔다”면서 “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과거 리베이트 쌍벌제 주장에 대한 사과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외형적으로는 한미약품이 리베이트 쌍벌죄를 주장해서 의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의사들이 이 회사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의사단체가 이

회사를 공정위에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회사의 사장이 부랴부랴 의사

단체를 찾아가서 사과했다. 전의총은 ‘공정위 고발’ 건은 쏙 빼고 “제약사가 사과했다”고

보도 자료를 돌렸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리베이트 쌍벌죄 사죄’는 부차적이라고

한 발짝 물러섰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제약계와 의료계에서 고착화 된 리베이트를 끊어내기 위한

비상적 조치로 탄생했다. 리베이트 쌍벌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다국적 제약사들이다.

지난해 7월 국내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행위가 심각해 국내 시장을 파고들 수 없자

다국적 제약사들이 정부에 건의한 것이다.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거쳐 리베이트

쌍벌제 관련 3개 법안은 가결됐다.

지금도 음성적으로 전해지고 있을 리베이트 비용은 어디서 뚝 떨어진 돈은 아니다.

제약업계는 모두 약값에 반영한다. 결국 피해자는 약을 사 먹는 국민들이다.

하지만 제약계는 의사들과의 불화로 자기회사 매출에 올 타격만을 염려하고, 의료계는

의사가 마치 돈만 밝히는 속물(俗物)로 매도당했다는 것에 자존심 상해한다.

노환규 대표는 “리베이트 쌍벌제는 ‘의사 접대 금지 법안’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겠는데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이런 법안을 만든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의사가

제약사에 먼저 돈 달라고 한 적이 없고 제약사들이 약을 팔려고 스스로 선택한 생존법이

리베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베이트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국민들의 피해를 없애기 위해서도 리베이트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이번 제약사 사장의 의사단체 방문사과와 그에 앞선 불매운동은

모두 국민을 허탈감에 빠지게 한다.

전의총은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려면 약값을 현실화하고 정부, 의사,

제약사, 약사 등이 의료시스템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이들은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 리베이트 쌍벌죄가 국회를 통과하도록 방임했다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런 와중에서 공정위 고발은 쌍벌죄 주장에 대한 보복으로 보이기가 쉬우며 이번

일련의 보도 자료는 이런 의심을 더 굳건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그렇다면 의사들이나 제약사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짬짜미’를 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번에 전의총이 두 번씩 보도자료를 내는

과정에서 과연 의사와 제약사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뇌물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함께 처벌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이번 사과방문 해프닝을 좀 침착하게 복기해 볼 일이다.

손인규 기자 iks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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