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송명근 공개토론회 요청 어떻게 봐야하나?

“과학은 동료전문가들의 검증이 핵심”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사진)는 9월30일 자신이 개발한 수술법인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 수술법(CARVAR, 카바)’ 수술에 심각한 결함이 있으므로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의 보고서에 대한 자기

입장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28일 의학전문지 데일리메디 보도에 따르면 송명근 교수는 “카바 수술을

놓고 분명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의혹을 복지부와 심평원 및 국민과

언론이 지켜보는 데서 철저히 검증하자”며 갑자기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그는 같은 날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10월6일 언론사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1일 “보건연의 카바 수술관련 최종 보고서가 500쪽에 이르는

만큼 송 교수도 책자 형태의 의견서를 냈다”며 “그러나 언론 보도대로 간담회나

공청회 관련한 공식 요청은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보건연 관계자도 “공식 제안이

없었다”고 전했다.

송 교수의 일방적인 제안처럼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상식적으로는 언제나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이다.

얼핏 보면 민주적인 절차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분야 전문가인 동료들의 피어리뷰(peer review,

동료학자들의 검증)는 거부하고 언론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런 과학적 진위문제를

다루려는 시도에 대해서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학과 의학세계에서 구체적인 사례에서 쏟아져 나온 데이터를 숨김없이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한 피어 리뷰는 검증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특히 이런 의학적인 사안은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다.

어떤 강에 다리를 놓을 것인지, 말 것인지, 또 놓는다면 어떤 위치에 다리를 놓을

것인지 토론해서 다루는 정책사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의학에서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므로 제3자의 엄정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비평가 칼 세이건은 “과학자들은 언제나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여러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야 하며 무자비할 정도로 자기 비판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대 의대의 한 교수도 “연구자는 스스로는 오류나 실수를 제대로 짚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객관적인 관점을 가진 동료 연구자들의 의견과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명근 교수는 다른 연구자들의 일련의 문제제기에 대해 “특허 문제 때문에 모든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 “설 자리가 없어진 의사들이 조직적으로 나를 음해한다”

“수술 과정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문제점을 어떻게 짚어낼 수 있는가”라는

말을 앞세워 반박해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산하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어떤 발견이나 발명이

과학의 범주 안에 들어가려면 과학자 사회에서 재연과 검증이라는 방법으로 동료과학자들의

수긍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검증과 동료들의 수긍이 모두 없다면 과학성 자체에

결함이 있고 이때부터는 의학이 아니라 비방(祕方)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학성을 입증하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가 논문인데 계속 ‘해봤더니

되더라, 그러니 믿어라’라는 태도는 과학성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동료 학자들의 건전한 상식,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논문통계와 처리방식의 잣대로

검증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필수조건이라는 설명.

송 교수가 동료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검증 요구는 묵살하고 공청회를 제안하는

것은 다시 원점으로 가자는 것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는 과학자들이 많다.

수많은 과학자들 중에서 그 어느 누구도 학술적인 주장과 그 검증을 일반인 또는

언론과 뒤섞여 공청회에서 진행하지는 않기 때문이며 이런 사안은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송 교수의 동료학자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즉, 과학적 주장은 동료

평가를 거치고 학술지에 자기 논문을 발표해 신빙성을 인정받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새로운 학설이고 시술법이면 그럴수록 다른 연구자들이

다각도로 검증하고 비판하는 장이 펼쳐져야 정설로 정착할 수 있다.

과거 국내 과학계에는 검증 또는 비판 자체를 적대시하는 전근대적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 이후 우리도 연구윤리에 대한 자정 논의가 활발하다. 과학기술부는

2007년 ‘연구 윤리 진실성 확보를 위한 지침’을 공포했다. 2008년 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는

‘의학 논문 출판 윤리 가이드라인’이라는 지침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과

대학은 자체 연구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과학은 전문가의 영역이지, 정치와 여론의 영역이 아니다. 과학자가 동료들의

피어 리뷰를 거부하고 여론에 호소한다면 이미 과학자의 길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받는다. 이미 우리는 ‘황우석 사태’를 통해 과학이 여론에 호소하면 어떻게

사이비화하고 종교화하는지를 똑똑히 보았다. 송 교수의 제안이 심평원의 최종결론에

대한 출구를 미리 마련하는 차원이 아니기를 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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