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헬스케어 시스템 엿보기(1)

Julian Lee의 美의료산업현장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궁금해 하고 한편으론 의문도 갖고 있다.

어찌보면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의료서비스 선진국의 모습이고, 올 6월말 기준 5000만명(인구의

약 23%)이 무보험자인 공공의료 후진국의 모습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미국의 헬스케어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이 시장 안에 있는 몇 가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 의료 시장은 너무 복잡하고 세분화(fragmented) 되어있다. 얼른 보아 이해가

잘 안된다. 가상이지만 한국에서 어떤 환자의 예를 들어보는 것이 두 나라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같다.

서울에서 바쁜 직장에 다니는 이맹장군(가명)이 출근길에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에

갔다고 하자. 사무실에서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예약 없이 직행했다. 몇 분을 채 기다리지

않고 의사를 만났다. 진찰결과 맹장염 진단이 나왔다.

급성이 아니라 당장 수술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직장 일정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므로

차라리 당일에 수술 받기로 하고 병원에 요청해 수술 받았다. 3일 동안 입원하고

퇴원하면서 계산서를 보니 본인 부담은 30만원(가정), 보험에서 내는 비용이 70만원(가정)이다.

매달 10만원 가량의 의료보험료(가정)를 세금처럼 여기며 냈던 이맹장군은 이제서야

보험 혜택을 본다고 생각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원했다. 퇴원하는 길에 약국에

들러 처방전에 적힌 항생제를 3000원(가정)에 샀다.

이 가상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몇 가지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환자(patient)이자 보험수혜자, 가입자(insured 또는 beneficiary 또는 purchaser)인

이맹장군

–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hospital)

– 병원 안에서 진단과 치료를 하는 의사(physician)

– 이맹장군의 치료비 일부를 낸 건강보험관리공단(payer 또는 insurer)

– 본인 부담금(deductible 또는 coinsurance)으로 낸 30만원

– 이 맹장군이 매달 내는 의료보험료 10만원(premium)

– 수술 도구(medical device)와 수술이후 먹은 항생제(prescribed drug)

– 약을 조제하고 전달하는 약국(pharmacy)

이 정도가 앞서의 사례가 안고 있는 헬스케어 시스템 구성요소이다. 매우 복잡한

것같지만 다시 나눠보면 다음 세 가지로 좁혀진다.

▽보험회사(insurer)= 돈을 내는 주체, 즉 매월 보험료를 개인 또는 집단으로부터

받아서 의료서비스 주체에게 지급하는 집단. 한국에는 건강보험공단이 이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보험(private health plan) 또는 국가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가 이 역할을 한다.

▽의료 서비스 주체(Healthcare Provider)=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다. 병원,

의사, 약국, 간호사 등이 해당된다..

▽환자 또는 보험 구입자(Insured)= 보험회사에게 의료보험료를 내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개인 또는 집단이다.

이 세 집단들 사이에는 아래와 같은 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몇 가지다.

▽우선 의료보험 가입자가 개인 또는 집단이 될 수 있다.

▽전국민 의료보험 시스템이 아니다.

▽국영/민영 의료보험이 여러 개 공존하고 있다.

▽여러 가지 계약 관계의 의료 서비스 주체, 즉 병원 의사 등이 있다.

▽이로 인해 개인 및 집단과 보험 회사들 간에, 또는 보험회사와 병원 및 의사들

사이에 수백, 수천가지 계약관계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의료 보험금을 내는 보험사의 기능이 민간에 가 있어 정부가 손대기에는

너무 방대하다. 무조건 시장경제에 입각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의료비는

비싸기만 하다.

만약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의료보험을 국유화하려고 한다면, 과연 가장 큰 이익집단이며

 가장 큰 로비집단인 민영 보험 회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보험회사들의

정치자금으로 정치 생명을 이어가는 많은 상원, 하원의원들이 뭐라고 할까.

오바마는 단번에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보려고 할까. 아니면 단계적으로 시도할

것인가. 이러한 궁금증과 나름의 대답들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올 상반기에

의회를 통과한 오바마 의료 개혁의 중요 뼈대가 되었다.

나는 한국 의료보호 시스템은 보완할 점이 없지 않지만 매우 훌륭하고 편안한

시스템으로 인정한다. 한국과 같은 국가 주도의 시스템을 국가 단일 보험체제(Single

Payer System) 또는 전국민 의료보험 시스템(Universal Healthcare System)이라고

한다. 미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앞서

제시한 가상 시나리오에서 한국시스템이 가진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 아무런 예약 없이 찾아갔는데 종합병원에서 의사를 바로 만날 수 있었다.

– 당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 소득따라 다르지만 웬만하면 월 10만원 안팎의 의료보험료로 본인과 직계가족이

모두 의료보장을 받는다.

– 수술까지 했는데도 자기부담금이 30만원에 그쳤다.

– 처방약값이 단돈 3000원이었다.

이에 반해서 미국은 당일 병원방문이 매우 어렵다. 응급인 경우 보험가입자라도

정해진 응급실 이용료(대부분 100달러 이상의 목돈)를 낸다. 응급이 아닌 경우 당일

수술은 거의 불가능하다.

4인가족 평균 의료보험료 지출이 연간 1만5000달러(약 1700만원)이 넘는다. HMO의

경우는 2500만원이 넘는다. 맹장수술의 경우 병원이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수술비만

약 3만5000달러(약 3900만원)이다.

이는 미국에서 국가의 의료시스템이 철저하게 시장경제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익집단이 얽히고 설켜 있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왜 이렇게 고비용 구조에

이르게 됐는지, 왜 4명 중 한명꼴로 의료보험 없이 세상을 살지 않으면 안되는지

하나씩 따져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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