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구의 ‘절대후각’, 비밀은?

타고난 감각보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

요리 만화나 드라마를 보면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은 주인공의 라이벌이

주인공 앞에서 한 번씩 좌절하는 계기가 등장한다. 주로 주입식 교육에만 길들여진

라이벌은 타고난 감각의 주인공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나가 떨어지는 것이다.

최고상궁 집안의 금영이가 절대미각 장금이에게 속절없이 졌듯이 일본에서 최신

제빵 기술을 배워온 구마준(주원)은 뛰어난 후각을 지닌 김탁구(윤시윤)에게 패배한다.

김탁구의 ‘절대후각’은 드라마 초반부터 여러 장면에서 빛을 발했다. 빵집에서

곧 나올 빵의 종류를 알아맞히는가 하면 상해가는 팥을 냄새만으로 식별한다. 레시피도

없었던 봉빵을 후각에만 의존해 재현하기도 한다. 남들은 구별조차 못하는 냄새를

기적처럼 맡아내는 절대후각은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사람은 어떤 과정을 통해 냄새를 맡는지부터 알아보자.

냄새 맡는 기능은 코 윗부분에 있는 작은 동전 크기의 세포대에서 담당한다. 이곳에

모여 있는 세포의 수는 약 500만개. 개의 2억5000여만 개보다 작지만 사람도 후각을

개발하면 수억 분의 1로 희석된 물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다. 즉 절대후각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선천적으로’ 절대후각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영화 ‘향수’의 주인공은 갓난아기 때부터 온갖 냄새를 구별하고 마음대로

냄새를 재현해낸다. 이런 모습을 보면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는 남들보다 뛰어난 후각을

가졌을 것 같다. 그러나 조향사들도 일반인보다 더 후각이 발달된 것은 아니다. 또한

후각이나 청각이 보통 사람보다 예민하다고 알려진 시각장애인도 냄새를 특별히 더

잘 맡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이런 사람들은 남들보다 한 가지 냄새에 더 관심을 갖고 집중 한다는 차이가

있다. 가령 조향사들은 한 가지 자극적인 냄새를 맡고 바로 다음 냄새를 맡지 않는다.

음식 평론가들이 한 가지 요리를 시식하고 나서 입을 가셔 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후각은 신체 다른 기관에 비해 쉬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연속으로 강한 냄새를

맡으면 감각이 떨어진다. 음식을 먹을 때도 비벼서 먹기보다는 한 가지씩 재료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 맛과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조향사들이 흡연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또한 끊임없는 ‘학습’도 남들보다 뛰어난 후각을 기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와인을 연구하는 소믈리에들은 ‘부케’라고 불리는 와인의 복잡한 향을 분석하기

위해 30에서 50여가지의 향 샘플을 모아 둔 아로마키트를 휴대하고 다닌다. 드라마

‘대장금’의 음식 자문을 맡았던 요리연구가 한복려씨도 홈페이지를 통해 “절대미각은

타고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음식의 맛을 경험하면서 길러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후각 심리학자인 에이버리 길버트가 쓴 ‘왜 그녀는 그의 스킨냄새에 끌릴까’(21세기북스)에

따르면 후각 기억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의식되지 않은 채 저절로 쌓인다. 그래서

갑자기 냄새만으로 추억이 떠오르는 경험을 할 때 신기하다고 느끼는 것. 반대로

이야기하면 후각도 공부를 하고 단련 하면 기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구구단을 외우려고 애써 노력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구구단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과 같다.

이 말대로라면 구마준은 김탁구를 마냥 부러워하며 질투하기 전에 철저한 자기단련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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