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맞으세요?”

환자가 약사 자격증 확인해야 하나

감기 처방약을 받기 위해 약국에 간 송파구 오금동의 한 환자는 가운 아닌 평상복을

입은 약사가 약을 조제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무자격 약사들의 약조제를 고발한

TV프로그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약사회는 이런 경우 “약사 맞습니까”라고 물으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몸이 아픈 환자가 약사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약사 자격증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라는 캠페인은 일상생활의 사람관계를 한참 도외시 한 ‘외계인적’

방안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이런 캠페인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일명 카운터, 즉 약사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약사가 고용해 불법적인 약조제를

맡기는 문제가 약업계 내의 오랜 문젯거리가 돼 왔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약조제를,

자격 없는 사람이 하도록 방조하거나, 약사의 감독도 없는 상태에서 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엄연히 위협하는 범죄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한 지방약사회가 약국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가집계한 바에 따르면

30~40% 정도 약국에서 약사가 위생복을 입지 않고 조제하거나 혹은 약사가 약국에

없는 ‘약사부재 상태’로 추정된다.  

경기시흥시약사회는 5월, 부산광역시약사회는 7월부터 가짜 약사 약조제 척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방약사회 캠페인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 약사회의 포스터에는 ‘약사가 가운을 입지 않았으면 약사님 맞습니까’라고

물으라고 돼 있다. 과연 몸이 아픈 환자가 언제나 어디서나 그렇게 궁금증을 해결하고

자기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 도리어 입심 좋은 약사더러 비아냥이나 한 바가지 얻어듣거나,

안해도 될 언쟁에 빠져들지는 않을까.

약업계 관계자들은 “환자가 약국에 갈 때는 당연히 자격 약사에게 약조제를 받을

것으로 믿는데 환자가 앞서서 약사자격을 확인하라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약사 사회에 가짜가 판친다면 약사가 당당히 ‘약사 아무개 입니다’라고

밝히는 것이 오히려 사리에 맞다는 설명이다.

일부 지방약사회 관계자는 “무자격자의 불법 약조제를 방조하거나 가운을 입지

않고 환자를 맞는 약사들은 대부분 나이든 약사들”이라며 “나이 들고 고집스런

이들을 바꾸기보다 소비자의 경각심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편의적 발상이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가 자기 이름이 새겨진 하얀 위생복을 입거나 선명한

명찰을 단 가운차림으로 일한다면 환자들이 약사 맞는지 껄끄럽게 물어볼 필요도

없지 않느냐”고 탄식했다.

동네의 대표적인 전문직종인 약사들이 떨어져가는 명예와 전문성을 지키는 길은

오로지 법과 질서를 꼭 지켜야한다는 다짐을 스스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근데 약사 맞으시져~?”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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