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백은정의 女子이야기

 

“세상의 절반은 여성입니다,” “여성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성을 위한 구호와 문구가 참 많이 있다. 여성을 위한 건강강좌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큰 언론사나 대학병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료강좌를 개설하고

있고, 나름 유명한 스타의사들은 강사 요청을 고사하느라고 바쁠 지경이다.

의학이 발달하여 건강이 증진되고 인류수명이 연장되면서, 삶의 양적 팽창과 유지에

급급하던 시대를 벗어나 바야흐로 건강 르네상스 시대(?)에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쏟아지는 의료상식은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에 힘입어 아주 쉽게 일반인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태반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일 수 있다.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줄

수 없는 일반적이고 상식수준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내용에

자기 스스로를 진단하며 울고 웃곤 한다. 하긴 나 자신도 스스로의 전문적인 진료

영역이 아니면 인터넷검색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의료계도 ‘저수가 의료보험 체계’ 속에서 치열하게 내부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들어갔다. 이제 의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만

진료하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만 하고, 질병 치료하고 진료비 받던 차원에서

벗어나 예방적인 건강사업, 사회적인 건강 캠페인 등에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해야

할 시기라고 느껴진다. 그동안 소홀했던 “의사들의 사회 속으로 뛰어들기” 라고나

할까? 의사들이 가장 잘 알고, 가장 많이 배웠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화하는

한 가지를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앞으로 내가 쓰고자 할, 써야할 “여성 건강에 대한 소고”

에 대해 너무 자기합리화 내지는 미화를 한 것 같아 다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결국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비슷한 의학상식에다가 비슷한 문장 형식에 불과할 텐데,

너무 크게 떠벌인 건 아닌지 부끄럽기도 하다. 필자의 치명적 결함인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지 않은지 은근히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매일매일 진료실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 질환에 대해 교과서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나름대로의

그동안 의사로서 내가 엿보게 된 삶의 애환이 담긴 해석 등등을 진솔하게 적어보리라

맘먹어 본다.

혹 내가 쓰는 글들이 다소 주관적인 견해에 치우칠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동안 현명한 여러 독자들은 많은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여러 의학상식들을

이미 접하고 있을 테고, 그러한 사실들을 한 낯선 산부인과 여의사의 시선에서 재해석해서

보는 것으로 흥미롭게 넘겨주길 바란다. 사실, 내가 산부인과를 선택한 이유는 남자

환자를 보기 싫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인턴근무 때 정신 멀쩡한 남자 환자의

요도 카테터 삽입에 실패한 이후론 그 판단이 확고해졌다!!) 접대용 코멘트로는 여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의대를 다닌 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쭙잖게도 이념서적 한두 권을 읽고 특히 여성운동과 관련된 모임에 기웃거리다

구경하게 된 이후론 나름 마음 한구석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여성과 관련된 내 몫의

일을 해야겠다는 풋풋한 생각을 하곤 했었다. 물론 나이를 먹음에 따라, 사회생활과

지독한 수련생활을 겪음과 함께 변질도 되고 또한 다듬어지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은

두 딸의 엄마로서, 이젠 내 딸들을 위해, 주변의 내 또래 동료 여성들을 위해 성숙되고

안정된 모습으로 인생 선배답게 상담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여성의 삶은 여성이기 때문에 아픈 것도 많고 아름다운 것도 많다. 많은 주변의

여성들이 자신이 여성임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그날이 되기를 기원하며 앞으로 글을

써 보고자 한다. 그런데, 그런 날이 되면 산부인과 의사들이 할 일이 많아지는 걸까,

적어지는 걸까? 글쎄,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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