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닥터(월급제 의사) 왜 늘어나는 걸까?

환자들 동네병원 외면하면서 개원 겁내

월급쟁이 의사들이 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2008년 전문의 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1년 3만8000명 정도였던 것이 2008년에는 5만6000명으로 늘었다. 과거에는

의대를 졸업하면 대학병원에 남거나 동네에서 병원을 개원하던 이분법적 모습이 더

이상 아닌 것이다.

페이닥터(pay doctor, 봉직전문의)의 증가는 사회전체적으로는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병원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페이닥터가 늘어난다는 것은 개원의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물론 절대 숫자는 늘고 있지만 추세는 오래 전에 꺾였다.

의사는 점점 더 종합병원으로 가고 결국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은 “동네병원에서 1만원이면 진료받을 일을 종합병원에 가면 8만원이

든다”며 “결국 시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늘고 의사 만나기는 더 힘들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닥터는 왜 날로 늘어만 가는 것일까.

페이닥터(봉직전문의)가 늘어나는 이유

① “개원하기 두렵다”

서울대의대 졸업을 앞둔 김준표(가명, 35)씨는 요새 고민이 적지 않다. 김씨는

군복무를 마치고 의대에 진학한데다 중간에 휴학을 자주 해 다른 후배들과 직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씨처럼 우리나라 최고 의대 졸업생도 졸업하면 월급쟁이

의사로 가야 할지, 도박하듯 개원을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비슷하게 졸업을 앞둔 의대친구들의 머릿 속엔 항상 이 주제가 맴돌고 있다. 10년

가까이  학비야, 생활비야 부담하신 부모님께 의사아들 둔 턱을 톡톡히 내드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정말 옛말이다.

개원을 감행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선배들도 적지 않게 보았다.

개원을 하려면 2억원 이상 목돈이 필요하다. 의대시절엔 공부만 하면 됐지만 환자들

사이의 인기몰이는 성적순이 결코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2001년 2만1342개였던 국내 의원 수는 2006년엔

2만5789개로 5년 만에 21% 증가했다. 즉, 개원의의 절대숫자는 늘고 있다. 하지만

매년 3500여명의 의대 졸업생이 나오는 상황을 더해봐야 한다.

전문의 가운데 개원의사 비중은 2005년 51.8%에서 2007년 49%, 2009년 45.7%로

점점 줄고 있다. 성형외과(57.3%→59.6%)를 제외하고는 내과(43%→36.3%), 산부인과(42%→32%),

정형외과(45.4%→39.5%) 등 대부분의 과목에서 개원의 비중이 줄어든다.

폐업하는 의원도 늘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2004년 1688곳, 2005년 1668곳에

머물던 폐업신고 의원 수는 2006년 2034곳으로 1년 만에 22%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80%이상의 폐업이 경영난 때문으로 보고 있고 이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개원 하는데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할 뿐 아니라 포화상태에 이른 병의원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은 “전문의들이 페이닥터로

돌아서는 가장 큰 이유는 개원을 해도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며 “개원할

때 인테리어, 고가 장비 등 투자비는 많이 드는데 수입은 자꾸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행한 ‘2006년 1차 의료기관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네병원을 개원하는데 평균 3억8700만원이 든다. 이를 위해 조달하는 부채규모는

평균 3억2626만원으로 이자부담만 월평균 231만원에 이른다.

② 머리는 덜 아프고 수입은 안정적이다

페이닥터는 잘 되는 개원의보다는 못하지만 매달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다. 더구나

요즘 개원의들은 하루 50명도 진료하지 못하는 곳이 절반 가까이 된다. 월평균 순수익

기준 3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개원의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반면 페이닥터로

근무하면 평균 월 400~700만원은 보장되고, 쉬는 날은 병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페이닥터의 수입도 들쭉날쭉이다. 매년 3500명의 새로운 의사들이 배출되는

상황에서 개원 비율은 확 줄고 있으니 페이닥터를 하려는 의사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전문의들도 이 대열에 합류, 더욱 혼잡하다. 김일중

회장은 “많은 졸업생이 페이닥터를 선택하다보니 인건비가 점점 아래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③ 동네 병원 원장은 동업보다 월급쟁이 의사를 원한다

몇 개 과를 병합개설한 동네 병원을 경영하는 전문의 원장들은 동업보다는 일정한

월급을 떼주고 맘 편한 관계를 갖은 페이닥터를 선호한다고 한다. 매달 일정한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해 놓으면 병원 경영상 가변요인이 줄고 오히려 경영이 수월하다는

것.

의사 구인구직 사이트 ‘닥터 114’의 한 운영자는 “예전보다 페이닥터 자리에

대한 의사와 병원의 문의가 양쪽에서 부쩍 늘었고 회원도 많아졌다”며 “페이닥터를

하려는 의사들도 늘지만 병원도 월급제 동료를 찾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표 회장은 “괜히 동업형식으로 갔다가 경영에 어려움이 생기면 관계도 깨지고

돈문제도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며 “동네 병원들은 차라리 일정 급여를 주는 페이닥터를

더 속 편한 상대로 여긴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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