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가정용살충제 위험성에 눈 감았나

환경부-농수산부는 퍼메트린 성분 규제

모기나 바퀴벌레 등 해충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가정용 살충제 중에는 퍼메트린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이 많다. 퍼메트린의 위험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가정용 살충제에 퍼메트린 성분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가

기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퍼메트린 성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팔다리가 저리고 호흡기 계통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중앙 및 자율신경계 장애를 일으켜 메스꺼움 현기증 두통

설사 발한과 공황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퍼메트린 성분에 대해 식약청은 관대한 입장을 보이지만 관련 정부 부처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환경부가 집행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는 퍼메트린을

유독물질로 분류했으며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약관리법은 농약 취급 제한 물질로 규제하고

있다.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실 화학물질과 김병훈 사무관은 “환경부는 우리나라 내분비계장애물질(EDCs)

추정물질 67종을 세계 야생 보호기금(WWF) 목록에 근거하여 선정했다”면서 “퍼메트린은

이중 한 물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퍼메트린은 이처럼 유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지만 식약청에서는 계속 퍼메트린

사용 허가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중에서 퍼메트린이 들어있는 가정용살충제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지난 5월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정용살충제 16개 제품의

표시 성분을 조사한 결과 퍼메트린을 함유한 제품은 모두 9개였다. 퍼메트린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은 △한국존슨의 에프킬라 킨에스 에어로솔, 에프킬라 킨에스 에어로솔(무향),

에프킬라 킨에스 에어로솔(내추럴후레쉬) 등 3개 제품 △롯데쇼핑의 와이즐넥 솔잎향

에어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바퀴 에어로졸 △일양약품의 일양 파마킬 골드 에어로졸

△락희제약의 하이킬라 에어졸에스 △유한양행의 유한에어졸 △엘지생활건강의 홈스타

모기졸 씨 에어로졸(오리엔탈)이다.

식약청 식품의약품 화장품심사과 최성숙 과장은 “퍼메트린 성분은 유럽연합(EU)에서도

살충제 성분으로 사용이 허용돼 있다”며 “미국 환경보호국(EPA)에서는 내분비장애물질

검색 프로그램의 ‘후보물질’로 등록되어 있으며, 실제 내분비장애물질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위해성평가과 김필제 연구과장은 “내분비계장애물질이다,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시험법에 전문가들이 수용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의심되면 추정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또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환경보호국 등에도 퍼메트린

성분은 살충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등록돼 있으며 제품 중 함량 규제도 없다”고

덧붙였다.

“퍼메트린 안전성 입증한 뒤 판매 허가해야”

소시모는 미국소비자연합(Consumer Union)이 퍼메트린을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지목하였다는 자료를 소개했다. 소시모 김정자 실장은 “EU에서는 기피제 및 유인제에는

2008년 8월 22일 이후, 개인 및 공중위생 살균제와 기타 살균제에는 2009년 10월

이후 퍼메트린이 단계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시모 김 실장은 “미국 환경보호국에 의하면 퍼메트린, 싸이퍼메트린, 알레스린,

레스메트린 등의 피레스로이드 계통의 화학물질은 합성화학물질 살충제로, 올해 이들

물질을 재평가하고 피레스로이드 위해성을 평가하고 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1984년 11월 이후 등록된 수많은 피레스로이드 계통의 살충 성분에 대한 평가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실장은 “제조 판매업체가 제품 안전성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시장에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관련 전문가들은 가정용살충제 제조 판매업체가 퍼메트린을 가정용 살충제

성분으로 사용하려면 퍼메트린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고 만약 입증하지

못하면 퍼메트린을 가정용살충제 성분으로 사용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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