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좀-머리버짐, 애완동물로 감염되기도

피부곰팡이 치료는 끈기 싸움

경기도 성남에 사는 주부 이모씨(35세)는 8살 난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다가

빨간 자국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씨가 어렸을 때 학교 친구들이 종종 걸렸던

머리버짐(두부백선)이었던 것이다. 두부백선은 발에 무좀이 생기게 하는 곰팡이가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씨는 집안에 무좀 걸린 사람이 없는데 이런 병이 왜

걸렸을까 하는 의문을 떨치지 못했으나 피부과의원에 다녀오고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범인은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였다.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는 “최근 강아지나 고양이, 햄스터 등 각종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 사이에 무좀이나

두부백선이 옮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두부백선은 덥고 습한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며 환자나 애완동물과의 피부접촉

등으로 감염된다. 간혹 이발소 등에서 가위를 통해 옮기기도 한다.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격투기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발에 있는 곰팡이가 머리로 옮겨가 백선증을

일으킨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보도된 적도 있다.

증세

두부백선에 걸리면 가려움증은 심하지 않으나 외관상 보기가 흉한 것이 특징이다.

두피에 회색이나 붉은색 비듬이 일어나며 심해지면 머리카락이 부러지거나 군데군데

빠진다.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작은 자국이 여러 군데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고름집이 형성되면서 탈모가 심하게 되는데 이를 독창이라고

한다.

원인과 진단

두부백선을 일으키는 피부사상균은 피부에 생기는 곰팡이의 일종이다. 피부사상균의

정체는 알고 보면 무좀과 같은 종류이다. 즉 백선이 발에 생기면 무좀, 사타구니에

생기면 샅백선, 머리에 생기면 두부백선으로 분류한다. 상대적으로 발에 많이 생기기는

하지만 신체 어느 부위에나 발생할 수 있다.

종류를 막론하고 백선의 대표적인 증세는 가려움증과 비듬 발생이다. 그러나 이런

증세가 있다고 전부 백선은 아니므로 정확한 것을 알기 위해서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피부과에서는 의심되는 부위에 특수한 조명을 비추거나 직접 비듬이나 머리카락을

현미경으로 검사해 피부사상균이 있는지를 진단한다.

치료

백선은 대부분 항진균제로 치료한다. 특히 두부백선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나타난  부위의 머리를 짧게 깎고 머리를 자주 감고 깨끗하게 관리해줘야 한다.

두부백선은 일반적인 백선보다 치료가 다소 어렵다. 약물치료가 기본인데 환부에

연고를 바르는 정도로는 효과가 약하므로 먹는 항진균제를 함께 써야 한다. 증세가

심해져 2차 세균 감염이 있으면 항생제를 복용하며, 상태에 따라 스테로이드제를

먹기도 한다. 거즈를 덮거나 항진균제를 발라 균이 퍼지는 것을 줄인다. 적절히 치료가

되면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심한 염증으로 머리의 뿌리가

파괴되고 영구적으로 탈모가 생길 수도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피부과의 오상호 교수는 백선의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로

“많은 환자들이 조금만 증세가 좋아지면 치료를 중단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재발이 잘 된다는 호소를 자주 듣는데 이는 정확히 말하면 재발이 아니라 완치되지

않은 백선이 다시 심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좀이나 두부백선 치료는 피부곰팡이와 겨루는 끈기의 싸움이다. 백선을 일으키는

곰팡이는 조금만 방치하면 언제든 다시 증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백선이

잘 낫지 않는다면 증세가 사라졌어도 한두 달 정도는 더 약을 바르면서 지켜봐야

한다. 하얗게 떨어지는 각질은 백선균의 먹이가 되므로 반드시 깔끔하게 없애는 것이

좋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의 노미령 교수는 “무좀이나 두부백선은 치료가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감염되었더라도 완치가 가능한 병이므로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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