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휩쓰는 통일된 붉은 색은 없어

월드컵, 통일된 붉은 색 없다

한국이 원정 사상 첫 16강에 진입한 2010 남아공월드컵. 선수들이 입고 나온 가지각색의

유니폼도 볼거리다. 그 가운데 태극전사들과 ‘12번째 선수’인 붉은악마들이 입고

나온 붉은색은 이제 한국과 월드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으로 자리 잡았다.

 

원칙적으로 선수들의 유니폼 색깔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각국 축구협회로부터

유니폼 색깔을 신청 받아 일괄적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어떤 색깔이냐에 따라 경기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기려면 붉은색 입어야 한다?

한국 월드컵 대표 선수들은 나이지리아전을 제외하고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전에서

빨강 상의, 흰색 하의, 빨강 양말을 입고 뛰었다.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붉은색을

선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붉은색은 정열 생명 힘 권력을 상징하기도 해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더햄 대학교 인류학자들이 유럽축구연맹에서 4년마다 여는 ‘유로 2004’대회에

참가한 팀들을 분석한 결과,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했을 때 다른 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보다 골도 많이 넣고 이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평소 무리 가운데 붉은색을

입은 사람이 우위를 점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붉은색이 가진 힘이다.

골키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영국 치체스터 대학교 이앤 그린리스 박사팀은

골키퍼의 유니폼 색상이 페널티킥 성공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골키퍼가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 페널티킥 성공률은 54%에 불과했다. 노란색(69%), 파란색(72%),

녹색(75%)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었을 때 보다 골문을 통과할 확률이 가장 낮았다.

즉 붉은색은 ‘승리의 색깔’이라고 부를 만하다.

팽창색인 노란색 입으면 골문 더 좁아 보이는 효과도 있어

하지만 붉은색=승리라는 등호가 꼭 성립하진 않는다. <심리학 오딧세이>의

저자 장근영 심리학 박사는 “골키퍼는 붉은색 외에 노란색을 입을 만하다”고 말했다.

정성룡 선수는 무채색인 회색과 검정색을 주로 입었지만 대다수 골키퍼들이 노란색을

자주 입는다. 노란색이 팽창색이기 때문에 골문이 더 좁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공격수들은

골문을 뚫기 더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색채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색깔이 월드컵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재)한국색채연구소

한동수 소장은 “색깔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으며 당시 상황과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붉은색이 한편으론 열정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다혈질적 흥분을

뜻하기도 하며, 파란색은 긍정적으로 보면 평안을 상징하지만 무기력한 느낌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붉은악마가 응원을 잘 하는 이유는 붉은색 때문이다?

열띤 응원을 하다보면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분출돼 흥이 난다. 경기 내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응원해도 지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청이나 광화문

봉은사 광장에서 함께 응원하는 사람들 모두 붉은색 티를 입고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을 보면 심리적으로 흥분이 되면서 거리응원은 더 뜨거워지기도 한다. 나이든

어른들이 붉은 색을 고르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으려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붉은 악마, 아직은 통일되지 못한 붉은 색

한 소장은 “붉은 악마 티셔츠 중에는 검은색이 섞여 응고한 혈액처럼 기분 나쁜

붉은색이 있는가 하면 무척 밝은 빨간 색까지 여러 가지”라며 “월드컵 응원에서

사용하는 붉은색은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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