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건강검진일수록 암 위험 높아진다

CT촬영 등 높은 방사선량 몸 안에 계속 쌓여

매년 정기적으로 종합병원을 찾아 정밀 건강검진을 받는 이성수(55, 가명) 씨.

비싸면 비쌀수록  PET-CT 등 더 좋은 기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내

안의 병을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매년 500만원이 넘는 건강검진 비용을 아깝지

않게 쓴다. 오히려 의사의 “크게 문제되는 것이 없다”는 총평을 들으면 ‘올해도

아무 탈 없이 넘겼다’는 생각에 뿌듯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씨가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있다. 비싼 건강검진 프로그램일수록

최신식 컴퓨터 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이 검진항목에 있고 그에 비례해

방사선에 노출되는 정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와 경제 발달로 몸안에 생긴 질병을 이른 시기에 찾아내려는

건강검진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비싼 건강검진일수록 방사선 노출량이 현저하게

커 건강을 챙기려다 오히려 건강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성진실 교수는 “방사선은 먹는 약처럼 흡수되거나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노출될수록 몸 안에 쌓인다”면서 “방사선에도 다른 질병요인처럼

유전적으로 유난히 취약한 사람이 있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항상 있다”고 경고했다.

각 대학병원은 특히 고가의 건강검진일수록 병원 수익구조에 크게 보탬이 된다고

판단, VIP를 위한 다양한 검진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가 설립한 국립중앙의료원도

수익을 위해 최첨단 장비를 도입한 건강검진센터를 오픈하기 위해 리모델링 하고

있다.

환자는 X선과 CT 촬영 때 모두 방사선에 노출되게 된다. 특히 가슴 CT촬영은 한번

하면 가슴 X-레이 100번 찍는 양이 체내에 쌓인다. 그만큼 CT촬영 한번으로 체내에

쌓이는 방사선 피폭량은 크다. 우리나라 검진자들은 그러나 이런 사실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검진 때 CT촬영이 빠져 있으면 검진의에게 요구할 만큼

CT촬영을 필수로 고집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7년도 CT청구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7년

CT촬영 건수는 329만건으로 2006년보다 21% 늘었다. CT 청구금액도 2007년에는 약

7,019억원으로 2006년 5,260억원보다 33% 증가했다. 2009년 CT 청구금액은 2007년보다

20%이상 늘어난 8,504억원으로 CT촬영 건수도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통계는 어디까지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CT촬영 건수다. 그러나 건강검진은

비보험이기 때문에 매년, 특히 고가의 VIP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은 CT 방사선에

자발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한 해 건강검진 수진자수가 연

4~5만명 정도인데 이 중 고가의 건강검진이 약 10%”라고 말했다.

가슴 X-레이를 앞에서 찍을 때 보통 0.1mSv(밀리시버트, 방사선량의 단위)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그러나 CT촬영은 X선보다 100배 더 많은 양으로 흉부 CT 촬영 시 피폭량이

약 10mSv에 이른다.

         

단일 검사당 방사선 피폭량표를 기준으로 A종합병원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의

피폭량을 계산해보자. 기본형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흉부CT와 치과X-레이 촬영을

합쳐 10.005mSv의 피폭을 받는다. 그러나 300만원이 넘는 비싼 검진을 받으면 관상동맥CT와

복부골반CT가 더해진다. 기본 검진의 3배에 가까운 최대 32.005mSv의 피폭량이 추정된다.

500만원이 넘는 값 비싼 건강검진을 받으면 PET-CT가 더해져 최대 50.005mSv의

피폭량을 받게 되는 셈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500만원을 웃도는 최고급 건강검진을

10년간 매년 받으면 500.05mSv이라는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한 사람의 몸에 쌓인다는

결론이 나온다.

얼마나 많은 방사선 누적량까지 괜찮은지 뚜렷하지 않고 학계에서 논란이 많다.

의료인의 경우 방사선 노출 제한량은 연간 최대 50mSv, 총 축적량은 평생 500mSv가

제한선이다. 국내에는 방사선 관련 업무 종사자에게만 해당되는 기준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은 없다.

우리나라는  CT로 검진을 해서 얻는 전반적인 이득과 그로 인해 인체가 남모르게

입게 되는 피해 중 어느 것이 더 큰 지 따져봐야 될 시점에 이른 것이다.

성진실 교수는 “암 환자의 경우 방사선 치료 이익이 방사선 노출 불이익 보다

훨씬 크다는 전제하에 방사선 치료를 선택하는데 균형(balance)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그러나 “단순히 아픈 데가 없는지 살피기 위해 건강한 사람이 큰 폭의

방사선량에 해마다 노출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익재 교수는 “방사선에 과다 노출되면 방사선이

DNA를 공격해서 돌연변이를 만드는 과정이 계속돼 암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담배를 심하게 피우는 골초라도 평생 피해 갈 수 있는 폐암이지만 매년 고가의 건강검진을

착실하게 받은 사람이 걸리는 아이러니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익재 교수는 “최근에는 방사선 조사량을 최소화 한 CT도 있고, 건강검진 때

방사선과 상관없는 MRI 검사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비싼 검진일수록 방사선

피폭량이 많게 돼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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