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호르몬’ 옥시토신, 전쟁 불사할 때는?

“아군 이익 위해서는 적군 공격”

사랑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은 사회적 유대감과 협동심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옥시토신은 임산부와 아기의 유대관계를 지속시키는 호르몬으로

자궁수축과 모유 분비 등을 맡는다. 그러나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이 누군가에게

위협받을 때 이 호르몬이 방어목적으로 선제공격하는 것을 이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카르스텐 데 드루 교수팀은 연구 참가자를 대상으로

돈을 지급한 뒤 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죄수의 딜레마’ 시나리오에 적용해 3가지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우선 옥시토신 호르몬과 이타심의 관계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연구 참가자

절반에게는 옥시토신을 흡입하게 하고 나머지는 다른 것을 흡입하게 했다. 그리고

개인에게 주어진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조사했더니 옥시토신을 흡입한 남성은

자신의 돈을 자기가 갖지 않고 자기가 속한 그룹에 더 많이 투자 했다. 이타심이

더 많아지는 것.

그러나 환경을 바꿨더니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79명의 남성을 두 그룹으로

나눠 옥시토신과 위약을 줬다. 그리고 각 그룹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에게 다른

그룹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하게 했다. 두 그룹 책임자는

서로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있으며 그들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달라진다.

①모두 협동을 선택하면=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②모두 비협동을 선택하면=보다 적은 보상을 받는다.

③상대방이 비협동, 자기 그룹도 비협동 선택하면=형편이 더 나빠지거나 하지

않는다.

④상대방이 비협동, 자기 그룹은 협동 선택하면=최악의 결과를 불러온다.

그 결과 옥시토신을 흡입한 리더는 다른 그룹과의 협동을 통해 이타심을 발휘하는

것보다 자기 그룹을 더 보호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옥시토신이 평화와 사랑만의 호르몬이라면

①번이나 ④번을 선택하겠지만 ②번이나 ④번을 선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③번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 이는 외부 그룹이 비협동을 선택했을 때 올 수 있는 해로운

결과에서 팀원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으로 선제공격이나 방어적 공격의 가능성과 연결될

수 있다.

데 드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여성이 아닌 남성을 대상으로만 실험을 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옥시토신이 불신과 갈등을 해결하는 데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히 군인에게 옥시토신을 주입하면 아군에 대한 자기희생정신이

높이고 적으로부터 자기 팀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도화선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Science)’ 10일자에 발표됐으며 미국 과학전문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 e사이언스뉴스 등이 10일 보도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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