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노출하면서도 몸을 가리는 이유?

월드컵과 여성노출을 보는 두 가지 시선

몇 달 전 한 시사잡지 기자의 ‘독설닷컴’이라는 사이트가 이른 바 여성비하

논란에 휩싸인 일이 있다. 발단은 미니스커트를 입으면서 핸드백으로 가리는 여성들의

행태를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사이트 운영 기자의 글이었다. 이 글은 보이려고

미니스커트를 입으면서도 부끄러운 듯 가리는 태도가 너무 이중적이라는 비판이었다.

여성 네티즌들이 “이중적인 것은 오히려 남성들”이라고 반박하면서 논쟁이 일어난

것.

영화제나 연말 연예 시상식 때에도 이런 논쟁은 가끔 나온다.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일수록 인사할 때 가슴은 왜 가리냐는 네티즌의 야유가 빠지지

않는다.

여성들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그러나 노출에 대한 남녀 간의 심리가 다르다는

것과 여성의 몸을 보는 사회의 이중적 잣대를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본격적인

노출의 계절이 월드컵이라는 파도에 올라탄 것같은 느낌마저 드는 지금, ‘여성들이

벗으면서도 가리는  심리’를 파헤쳐보자.

역사적으로 여성의 벗은 몸은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거나, 남성들의 호기심어린

눈요깃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남성이 자신의 몸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놓고는 ‘변태’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알몸이라도

남자일 때와 여자일 때 사람들이 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다.

남성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적 흥분에 도달한다. 또 남성이 주도권을 잡는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따라서 여성이 자신의 몸을

드러내면 어느 사회건 차이는 있지만 용납하는 분위기가 된다고 한다.

남녀심리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미소의원’의 오동재 원장은 “여성들로서는

노출을 통해 다른 사람, 특히 남성들에게 관심과 찬사를 받으면 자연히 더 보여주려는

욕구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반면 남성이 옷을 벗는 경우는? 여중이나 여고 앞의 바바리맨이 연상된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벗은 몸(특히 성기)을 보여도 지탄을 받지 않을 때는 갓난아기 시절

정도다. 여성은 남성처럼 시각에 의해 자극받지 않고 흥분하지도 않는다. 때로 그것을

‘징그럽다’고 느끼기도 한다. 오동재 원장은 “남성이 자신을 노출하는 심리는

성기나 남성적인 부분을 내보여 상대를 겁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같은

노출이라도 남성과 여성이 다른 시선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이렇게 보면 여성은 노출하면 할수록 짝을 찾거나 좋은 사회적 지위를 얻는 데

유리하다는 가설을 세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은 이를 거부한다. 그 이유는

“헤프게 보일까봐”로 요약된다. 어느 정도의 노출로 매력을 발산해보는 정도는

괜찮지만 본능 한편에서는 자기를 신비의 베일 속에 감싸 두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환상이 깨져버릴까봐 우려한다는 것이다. 시상식

때 여배우들이 가슴이 파인 드레스를 입으면서 가리는 심리나,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핸드백으로 가리는 심리가 이지점에서 만난다.   

월드컵 때 여성들의 노출이 더 과감해지는 것은 사회적인 이유도 있다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알리려는 본능이 있는데 특히 남의 성적 본능을 자극해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싶은 심리는 모든 인간에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윤가현 교수는 “군중이 모여 있거나 큰 축제가 있을 때는

집단 심리에 의해 노출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또 대중이 흥분 상태가

되면 평소에는 꿈꿀 수 없었던 대담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숨기고 억압했던

노출 본능이 월드컵 응원이라는 집단 행동을 계기로 터져 나온다는 것.

이런 군중심리가 최근에 더 일상적인 사회현상화 한 데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도

한몫 하고 있다.. 윤 교수는 “요즘에는 딸의 비키니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면 부모가

오히려 딸의 몸매를 자랑하고 나설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더구나 재미와 자극을 좇는 각종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노출은 흉이 아닌 자랑거리가

되어간다는 것.

그렇지만 여성들의 노출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노출하는

당사자 여성들의 ‘이중적 사고’도 잘 작동하고 있다. 탱크탑을 입고서 가슴을 가리는

모순적인 행동은 이번 월드컵 기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장시간 자연스러운 제스처가

될 것같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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