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왕따’ 라고?

음료매출비중 높지만 대학생들 직장으로 선호

이름이 낯익은 편인 광동제약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제약업계 사람들이 좀 시니컬하게

반응한다는 걸 눈치 챈 건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최근 만난 한 제약업계 임원은 “우리는 광동제약을 ‘광동음료’라고 부릅니다.

드링크제가 전체 매출의 절반이 다 되는데 그런 제약회사는 없거든요”라고 말했다.

흔히 하는 말로 광동제약은 국내외 제약사를 막론하고 튀는 존재, 달리 하면 ‘왕따’다.

지난 해 연간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액은 2,761억 원. 이 가운데 의약품이 아닌

‘비타500’이 974억 원 어치 팔렸고 ‘옥수수수염차’가 47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두 가지 드링크제가 전체 매출의 45%에 이른다. 이래서 다른 제약회사는 광동제약을

제약회사의 울타리에서 구별하려 하고 ‘광동드링크회사’라고 불러 대는 것.

그렇지만 광동제약은 이러한 왕따 분위기에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제약회사로 광동제약을 꼽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올해 취업포탈사이트 인쿠르트와 시장조사 기관 이지서베이가 대학생 1,0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가 제약회사 중에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광동제약을

꼽았다. 대학생들이 전문의약품 비중이 10%도 되지 않고 드링크제가 주력인 광동제약의

기를 살려준 것이다.

더구나 광동제약은 다른 업종 선호도 상위기업들과 맥락이 달라 호기심을 끈다.

대학생들이 해당업종에서 가장 들어가고 싶은 곳으로 지목한 기업은 그 부문 매출액

실력에서도 수위권에 있다. 예컨대 전기전자분야 1등 직장인 삼성전자는 매출액도

1위다. 또 포스코, 현대자동차, CJ제일제당, KT, 대한항공, 한국전력 등도 직장선호도

1위가 해당부문 매출액도 수위권이다. 그러나 광동제약은 직장선호도에서 제약업계

1위이지만 매출액은 겨우 10위를 기록했다.

음료회사 광동제약이 대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무래도

제약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달리 꾸준히 발상을 바꿔왔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비타민C 함유 드링크제 비타500의 시장개척은 무척 극적이다. 비타민 보조제는

가루나 알약형태라는 것이 통념이었을 때 광동제약은 2001년 최초로 마시는 비타민C

드링크제를  출시했다. 맛있게 비타민을 먹고 싶다는 소비자의 욕구에 정확하게

다트를 꽂아 넣은 것. 이 음료는 ‘드링크제 신화’인, 동아제약 박카스의 50년 독점체제를

출시 5년 만에 깨버렸다.

비타500은 박카스와 혈전을 벌이고 있으며 한때 1위 고지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비타500의 연매출은 974억 원으로 박카스의 1,100억 원에 조금 못미친다.

광동제약은 약국 외에 편의점 슈퍼 할인매장 등 마시고 싶으면 어디서나 사 마실

수 있도록 유통망을 뚫었다. 다른 제약사들이 생각지도, 시도하지도 못한 일이다.

업계에서는 “제약사 매출순위 10위권에 불과한 광동제약이 전국 영업망을 촘촘하게

확보한 사건은 충격이었다”고 인정한다.

제약업계 최초로 싸이월드 미니홈피 개설, 온라인 게임 제휴, WBC 농구 온라인

마케팅 등을 전개한 것도 광동제약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훔치는 데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로 세상에 나온 지 10년 된 비타500도 위기 속에 있다. 최근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작년에는 연 매출액이 1,000억 원 아래로 떨어진 것. 광동제약은 경품행사

등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 같다.

광동제약이 ‘물장사’로만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다른 제약회사와 마찬가지로

성장의 새로운 발판을 신약개발에서 찾으려 한다고 한다.  2008년 10월 60억

원을 투자해 신약개발 전담 연구조직 ‘R&D I’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음료수를

팔아서 번 돈으로 신약을 개발하자’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말과 구호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기약 없는 연구개발

투자가 어느 순간 열매를 맺는 것이다. 더구나 2010년 1분기 연구개발비 투자 현황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R&D 투자액 감소율이 43.6%로 광동제약이 가장 컸다.

지난해 1분기에는 16억 원 수준이던 R&D 투자액이 올 1분기에는 9억 원으로 줄었던

것이다. 광동제약이 진정한 제약회사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광동제약이 PR과 마케팅이라는 분야에서만은 그동안 이 회사에 냉소를

보냈던 제약회사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많은 제약사들이 마케팅과 PR보다는 리베이트 영업에 의존하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정부에서 리베이트 영업에 대해 칼을 휘두르고 있어 리베이트에 의존하던

기존 영업형태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형사처벌이 가해지고 있다. 올 10월부터 저가구매인센티브제(시장형

실거래가제)가 시행되면 옛날 방식으로 하던 영업은 더 이상 시장에 먹혀들기 어렵다.

이럴 때 광동제약의 멀티 어프로치 마케팅이 제약계 영업 마케팅의 출구가 될

수가 있다. 많은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규제가 언제 풀리나 시기만 기다리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사이에 두 손 놓고 “아 옛날이여”를 부르는 제약회사의

주가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를 외치며 곤두박질칠 것이다.

제약사들은 다양한 홍보 및 마케팅 채널을 총동원해 처방권자인 의사와 의료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는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 물론, 제약사가 자사 제품을 제대로 알리는

공정한 시장이 성립되려면 정부가 전문의약품도 소비자에게 광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등 소비자 우선의 시장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광동제약도 드링크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가슴을 찾아가는 마케팅을 전개했지만, 의약품 분야에서는 그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약 분야에서 소비자의 가슴과 뇌에 호소하는 PR 및 마케팅이

대세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제약회사들이 한가하게 광동제약을 비웃을

여유가 없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했다. 제약회사들은 약품 마케팅의

실마리를 비타500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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