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류마티스 관절염 제1원인”

유전 요인 있는 사람에게 발병 앞당겨

20~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심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속수무책 관절 변형을 지켜보기만 했었다. 당시에는 국내에 류마티스 관절염

전문의가 많이 부족했다. 일반 사람들은 물론 의사에게조차 낯설은 질환이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치료법도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그러니까 환자나 의사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서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인식도 널리 퍼지지 않았다. 관절의 변형이 심한 50대

이후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저러한 관절 증상이 있으면 며칠 만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아닌지 검사하러 오는 환자들이 늘었다. 또 새로운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고

다양한 치료법도 확립돼간다. 의사도 갖가지 양태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진료하면서

경험이 축적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는 속도감 있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류마티스 관절염은 왜 생기는 것일까?’가 확실치 않다.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 중의 하나다. 안타깝기는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환자분이 왜

아픈지, 확실한 답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는 이렇게 요약된다.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사람이 살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흡연 같은 해로운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긴다는 것이 원론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70~80% 이상은 여성이다. 불행하게도

여성병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의학자들은 여성 호르몬 등이 관절염에 긴밀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오래 전부터 추측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비만, 커피, 흡연 등이

유발 인자로 거론된다. 아직 확실한 인과 관계는 밝혀져 있지 않다.  

유전과 감염은 사실 예방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나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류마티스 관절염을 피하고 싶으면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담배의

백해무익성은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A라는 같은 위험유전인자를

가진 두 사람이 있을 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피우지 않은 사람보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시달릴 위험이 2배다. 이 위험도는 또 다른 위험 유전인자 B까지 위험인자 A와 B를

다 가지고 있을 때보다 더 높다. 따라서 가족 가운데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담배를 버려야 한다.

최근 건강 검진을 하면서 ‘류마티스 인자’가 있는지 혈액검사에서 확인하고

있다. 환자 가운데 류마티스 양성 판정을 받고 외래진료를 신청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손이 좀 뻣뻣한 정도의 가벼운 증상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뚜렷한 증상이 없으면서 류마티스 인자만 양성인

경우는 곧바로 치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장래에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만약 증상이 진전되면 곧바로 다시 병원을

찾도록 한다. 그래야 조기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 결핵 등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눈에 띄는 증상 없이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 담배를 피우면 류마티스 인자와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으킬 수 있는 항CCP인자가 양성으로 나온다고 한다. 아무런 문제 없는

정상인의 약 5%도 낮은 수치로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을 나타낸다.

39세의 남성 환자가 신체검사에서 두 번 류마티스 인자 양성반응이 나왔다. 항CCP항체

반응도 양성으로 나왔으나 일단 외관상 증상은 전혀 없었다. 치료하지 않고 증상이

있으면 다시 오도록 했었다. 이 분은 1년 후 손가락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겨 병원을

다시 찾았다.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눈에 띄는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이 있기 몇 년 전부터 자가항체는 양성이지만 증상이 없는 단계를

거치는 환자가 많다.

또 70세 여성 환자는 무릎과 손가락 관절에 통증이 있었다. 1차 병원에서 치료하던

중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으로 나와 정확한 검사를 원해 우리 병원을 찾았다. 이분을

검사해보니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었다. 항CCP항체도 높은 수치로 양성으로 나왔다.

그러나 환자가 호소하는 관절부위, 통증 양상, 다른 염증 관련 검사, 신체검사 등을

종합한 결과는 류마티스 관절염이 아닌 퇴행성 관절염이었다.

환자에게 담배를 피우시느냐 물었다. 이 분은 웃으시면서 10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고 하셨다. 어린 시절 회충 때문에 배가 아팠는데 당시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담배 잎을 말아 피우면서 ‘횟배’를 달랬다는 것이다.

당시 횟배에는 담배가 특효라고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만약 이 환자가 류마티스

관절염  원인 유전자가 있었다면 이런 장기간의 흡연은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발전시켰을 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원인 유전자와 환경적인 인자가 함께 작용해

생기는 말 그대로 복합질환이다. 학자들은 유전적인 소인이 약 60%라면 나머지 40%는

환경적 인자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우리가 살아갈 앞날의 의학은 예측의학과 맞춤의학의 조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다보고 있다. 병이 생기기도 전에 위험인자들을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고

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병이 생겨도 개개인에 좀더 꼭 맞는

치료제를 투여하고 치료방법이 동원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우리 세대에 이러한 미래 의학을 향한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유전학-역학연구도 우리에게 다양한 원인들을 좀 더 분명히

규명해 낼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실은 앞으로 류마티스 관절염도 예측의학과 맞춤의학의

테두리에 담아낼 것이다.

이혜순 (한양대 구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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