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부작용 두렵다고 ‘비법’찾아 나선다?

의사 도움 받아 살 빼는 것이 최선

“굶지 않으면서 온갖 비만 해결, 한 달 7~9㎏ 해결, 맘껏 먹으면서 뺀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노출의 여름’을 앞두고 온갖 다이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의 포털 사이트에서 ‘다이어트’ 관련 정보가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수 년 전

수그러들었던 ‘비법’들도 재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막걸리 다이어트, 설렁탕 다이어트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일부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 논란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법이 기승을 부리게 된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체중조절은 외모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을 뛰어넘는 비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용우 리셋의원 비만클리닉

대표원장은 “인터넷 등에서 알려진 다이어트 정보가 오히려 살을 더 찌우는

‘독’이 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며 “비만을 예방하려면 평소보다 절반만

먹고 운동해야 하며 이미 병적인 단계에 들어간 환자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기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만 치료약의 부작용 논란 때문에 비만 환자들이 약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현상에 대해 인제대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는 어떤 약이라도 오남용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며 의사의 도움을 받아 적절하게 복용하는 것이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방법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건강에 훨씬 이롭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 성분은 △오를리스타트 △시부트라민 △펜터민펜디메트라진(향정신성의약품)

등 세 종류가 있다. 앞의 두 성분은 2001년초 우리나라에서 선을 보였다.

오를리스타트는 지방을 분해해서 밖으로 배출하는 약으로 의학적으로 공인된 첫

번째 비만치료제. 서구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고기보다는 밥이 비만의 주원인인

한국에서는 초기의 관심을 벗어나지 못했다. 무심코 방귀를 뀌면 ‘사고’가 나는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환자를 당혹하게 하면서 기피 약물이 됐다. 제니칼, 락슈미, 리피다운

등의 브랜드가 시중에 나와 있다.

이번에 유럽에서 안전성 논란이 시작된 시부트라민은 뇌에 작용해서 평소보다

적게 먹고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약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될 때 ‘한국인에게 적합한

비만치료제’로 관심을 끌었다. 이 약은 혈압이 다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의 기왕력이 있거나 조절되지 않는 145/90mmHg 이상의 고혈압, 부정맥 환자에게는

처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 리덕틸, 슬리머, 실크라민, 엔비유 등 58개

제품들이 나와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유럽에서 처방중단의 근거가 된 이유가

우리나라에서 처방이 금지된 고령의 심혈관 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혈관 위험성에

대한 연구 때문이기에 허가 사항대로 사용하는 환자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EMA)이 ‘시부트라민 심혈관계 질환 발생시험(SCOUT)’

연구에 따라 이 약에 대해 판매중단을 권고했지만 △연구 대상자의 90%가 투약 금기대상

환자이고 △보통 1~2년 복용하는 것과 달리 연구를 위해 6년 동안이나 약이 듣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 복용했으며 △이 약에 대한 다른 100여 건의 임상연구에서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을 들어 꼭 필요한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복용한다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

펜터민이나 펜디메트라진과 같은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 자체를 억제한다. 신경 흥분성 약물과 비슷하게 작용, 중독성과 남용의 위험이

있다. 식약청에서는 내성과 의존성, 폐동맥 고혈압 발생 위험성 등을 들어 4주 이상

복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장기 복용에 대한 임상 결과가 없어 의사의 판단에

따라 4주 이상 복용할 경우에도 3개월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장기 복용하면 극도의

피로와 우울증, 불면증에다 폐동맥고혈압, 정신분열증까지 생길 수가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일부 환자와 의사가 허가 사항을 철저히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즉 정해진 룰을 어기는 경우가 문제다. 일부 의사는 정확한 진단

없이 비만 치료제를 마구잡이로 처방하고 있으며 상당수 환자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병원을 바꿔가면서 처방을 받아 마약성 비만치료제를 1년 이상 복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안전정책과의 유무영 과장은 올 초 열린 비만치료제 안전성

정책토론회에서 특정제제의 판매 중단 조치가 국내의 심미적 비만환자 수요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향정신성 비만약 사용이 증가하는 등 풍선효과가 생기거나

온라인 불법구매가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 규제의 한계를 밝힌 바 있다.

작용원리, 안전성, 효과, 부작용 등이 비교적 뚜렷한 전문의약품과 달리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보조제나 유사 비만 치료제를 ‘만병통치약’처럼 맹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현재까지 전문의약품의 효과를 뛰어넘는 다이어트 식품은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정상체중의 사람이 비정상적으로 마른 스타처럼 되려고 비만치료제를 먹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자칫하면 근육의 양은 줄어들고 체지방은 빠지지 않으며 약 복용

때 체중이 줄었다가 약을 끊으면 원상태로 돌아오는 ‘요요현상’이 나타나기 십상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내분비내과 안규정 교수는 “비만치료제 자체의 효과는

좋은데 정상 체중인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역할을 하게 된다”며 “정상인

건강한 사람들이 자신의 체형에 만족하지 못하고 비만치료제를 먹는 것은 약물 오남용이며

약을 먹지 않으면 생기지 않을 부작용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재헌 교수는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을 높이고

심장과 뇌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일정

선을 넘은 환자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약을 복용하는 게 바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약에 대해 무조건적 거부 반응도, 맹신도 다 바른 길이 아니며 오남용을

줄이는 데 유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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