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입원 학생들, ‘병원학교’에서 공부하네요?

1대1 수업으로 집중력 높지만 예산은 부족

“학교 다닐 때는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병원에서는 책꽂이 책을 여러

번 읽어서  이제는 외울 정도예요.”

경희대병원학교에 다닌 지 1년이 되어가는 심성은(12) 학생은 막 국어과목의 시

수업을 마친 상태였다.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얼굴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영락없는

개구쟁이의 모습이다. 처음 보는 어른 앞에서도 경계심 없이 자기 얘기를 술술

털어내는 성은이의 모습에서 그가 환자라는 생각은 잠시 잊어도 좋았다.

성은이는 작년 초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20일 동안은 중환자실에 있었을

만큼 큰 사고였다. 넓적다리와 골반 사이를 연결하는 고관절이 부러지고 골반이 으스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최소한 1년 정도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말에 어머니는 성은이가 병원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 때 알게된 것이 ‘병원학교’다.

성은이는 입원 전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병원학교에 다니면서

공부에 자신감이 붙었다. “학교에서는 잘 몰라도 창피해 하거나 다른 아이들의 시선

때문에 선생님께  질문하기 어려웠는데 병원에서는 1대1로 수업하기 때문에

모르면 바로 질문하게 된다”고 말하는 성은이. 대학생 선생님들과는 말도 더 잘

통하는 것같다.

우리나라에 병원학교가 처음 생긴 건 2005년이다. 특수교육진흥법에 의해 만성질환

건강 장애로 3개월 이상 장기 입원한 학생들이 유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현재

1년 수업 일수 200일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70일을 결석하면 자동적으로 유급이

된다.

경희대병원학교 박용수 명예교장은 “아이들에겐 병보다 무서운 것이 퇴원 후

학교생활 적응하기”라며 “유급된 아이들은 학업도 쉬었고 자기보다 동생되는 아이들과

같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특수교육지원과에 따르면 병원학교는 서울지역에 10개,

지방에 20개로 총 30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생은 하루 1시간, 중고등학생은

2시간의 수업을 들으면 출석으로 인정한다.

병원학교가 없는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방문하지 못하는 학생환자는 화상강의를

이용해도 된다. 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과 같은 주요 과목으로 시간표가 짜여져

있지만 미술 음악 등도 자주 수업에 포함되고 있다.

병원학교교사는 퇴직 교사, 대학교 자원봉사자, 근처 현직교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양대병원학교(누리봄교실)의 한 관계자는 “한양대에는 병원학교교사를 하기 위한

동아리가 있다”며 “학교 캠퍼스 안에 병원이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쉽게 와서 수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학교 운영에 어려움도 크다. 경희대 병원학교 박 교장은 “한 해 예산이 1,500만

원정도 되는데 교사는 자원봉사자들이어서 인건비는 안 들지만 기자재 및 도구를

사는 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예산 지급도 늦은 편이다. 한양대병원학교

관계자는 “작년 그리고 재작년 지원금이 그해 8월에나 나와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 특수교육지원과 김정선 장학사는 “병원학교 예산은 특별교부금이기

때문에 과거와 마찬가지로 교과부에서 내려와 각 교육청 다시 지역교육청으로 내려가

심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올해는 되도록 빨리 예산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은이는 골반뼈가 다 붙어 이제 곧 퇴원한다. 하지만 틀어진 골반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당분간 통원치료를 해야 할 상황. 성은이는 “병원학교 덕에 학교에 바로

나가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며 “욕심대로 해도 된다면 병원학교에 와서 책도 읽고

계속 선생님들의 1대1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성은이의 시선은 들고 있던 책으로 금세 옮겨졌다.

 

손인규 기자 iks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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