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 ‘송명근 논문 조사’ 발표 취소

“과학기자협회 취소 요청 받아들여”

대한심장학회(심장학회, 회장 박영배 서울대병원 교수)가 30일 오후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CARVAR수술 부작용 관련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한국과학기자협회(과기협, 회장 박방주 중앙일보 기자)의 반발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심장학회는 30일 오후6시 송 교수의 CARVAR 수술관련 논문에 대한 학회의 1차

조사결과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과기협이

기자회견 형식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취소를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과기협은 주요 일간지의 의학 및 과학 담당 기자들의 모임이다.

심장학회의 이번 기자회견은 보통 학술대회처럼 사전에 등록한 기자들만 언론사

별 최대 3명까지 허용할 예정이었다. 또 학회 발표장 입구에서 취재기자들의 신분을

확인할 계획임을 통보했다. 심장학회는 또 발표회를 앞두고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만

초청장을 보낸 뒤 뒤늦게 다른 기자들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 뒤늦게 초청장을 받은

기자들은 주로 일간지 기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기협은 취재기자 수를 제한하고 기자의 본인 확인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은 언론 통제라고 반발, 심장학회의 이번 발표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과기협의 움직임이 알려지자 심장학회 장양수 홍보이사(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덕경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 심장내과)는 27일 각각 잇따라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들이

언론사 연락처도, 기자단의 구조도 몰라서 일어난 진행미숙임을 인정했다. 이들은

통상의 학회 진행절차에 따른 것이며 결코 언론 통제의 뜻이 없었다고 거듭 사과했다.

학회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신분증 지참을 요구한 데 대해 “발표 내용이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혹시라도 외부 사람이 들어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짧은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며 “발표회 같은 행사가 처음이라 잘 몰라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기협은 29일 심장학회에 공문을 보내 “심장학회가 과기협을 수신자로

한 공식문건을 보내 해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발표회 보이콧을 주장했다.

과기협은 심장학회가 △언론 취재를 임의로 통제하고 △특정 언론에만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 했으며 △발표회 참석자를 제한하고 신분증 지참을 요구하는 등 언론에

통용되지 않는 관행을 강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박방주 과기협 회장은 “심장학회로부터

29일의 공문에 대해  답변을 들은 바가 없다”며 보이콧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심장학회는 30일 “송명근 교수 CARVAR수술 관련 논문의 대한심장학회 1차

조사결과 발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학회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숙함에 대해 사과했는데도 과기협에서 입장을 바꾸지 않아 부득불 발표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언론통제’라는

얘기가 돌아서 두 명의 이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오해에 대해 설명하고 취재제한을

풀겠다는 뜻을 전달해 사건이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과기협의

요구에 따라 기자회견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서 배포 방법은 추후 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건대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는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대동맥

판막 수술법인 CARVAR 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난 부작용 사례를 유럽학회에

논문으로 발표하고 감독기관에 신고해 조직의 화합을 깼다는 이유로 지난 1월 전격

해임됐다. 송명근 교수는 심장내과 교수들의 논문이 조작됐다며 심장학회에 진상조사를

요청했고 심장학회는 심장내과 교수들의 논문과 송 교수의 논문을 함께 조사하기로

하고 30일 1차 조사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한 언론사 기자는 “발표회 보이콧을 주장한 기자들은 대부분 송명근

교수를 미화하는 기사를 써온 당사자”라며 “학회가 공식 사과했는데도

취소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라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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