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콘돔’ 검색 성인인증 필요??”

성교육 전도사 배정원, 신간 출간

“소장님, 야동에 나오는 남자 배우들의 정액 색깔이 저와 달라 보입니다. 제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요?”

이제 성에 눈을 뜬 사춘기 소년의 질문이 아니었다. 한 대기업 사장이 오랫동안

남몰래 간직해온 고민이었다. 그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 번도 성감대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주요 일간지의 50대 남성 기자가

있었는가 하면, “바람난 아내의 마음을 돌리려면 남성 확대술을 받는 게 낫겠지요?”라고

묻는 ‘어이 상실남’도 있었다.

1997년부터 14년째 성상담과 성교육을 해온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이 최근

남녀의 성과 사랑에 관한 솔직 대담한 이야기를 엮은 책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를 펴냈다.

배 소장은 “우리나라 성인 대부분은 스스로 성에 대해 잘 안다고 여기지만 어른다운

성교육을 배워본 적이 없다”며 “몸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통하는 진짜 사랑과 연애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해 성적 웰빙을 누렸으면 한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여성으로서 블루오션이던 ‘어른의 성’에 뛰어들다

국내 최초로 온라인 성고민 상담을 시작했고 신문과 잡지에 성칼럼을 게재하며

대학 기업 군대 등에서 활발한 성교육을 하고 있는 그 또한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성을 모르고 오히려 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기독교 신자였다.

배 소장은 1985년부터 7년 동안 연세의료원에서 홍보우먼으로 활동한 뒤 우연히

‘아우성센터’에서 청소년 성상담을 맡으며 성학(性學)에 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이내 바뀌었다.

“어른의 성의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도 청소년의 성문제는

계속되고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부모가 성폭력 당한 아이에게

아무런 생각 없이 ‘어떻게 결혼할래?’라고 내뱉은 한마디가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말이지요.”

성학을 다루는 교육기관이 전무하던 당시 여성으로서 블루오션이던 ‘성인의 성’에

뛰어든 배 소장은 독학과 상담으로 전문성을 넓혔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킨제이

보고서’를 비롯해 성과 사랑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지만 우리나라는

성이라고 하면 무조건 쉬쉬해 성학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다. 그래서 청년 부부 노인

동성애자 성매매여성 성매매여성의 애인 등 수많은 사람들의 성경험과 고민 해답

지식 등을 솔직하게 담은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더 커진다.

“한 여대생이 성에 대한 느낌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빨간색 혹은 검정색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보는 성의 색깔은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빨간색과 억압적이고

관념적인 검정색뿐이라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성에 대해 극단적인 폐쇄성을 띄면서도 낙태공화국 성매매왕국

야동천국이란 오명을 갖게 하는 이중적인 성의식구조가 형성돼있다. 미혼모를 위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콘돔’이란 용어를 검색하는

데도 성인 인증이 필요하다.

“청소년 성교육부터 잘못됐습니다. 겁주거나 방어적이고 생물학적인 내용만 가르치고

있어요. 콘돔 사용방법 등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해요. 콘돔이 매스컴에 노출될수록

그 나라의 낙태율은 줄어든다고 합니다.”

어른다운 성교육을 배운 적이 없는 대한민국 어른들

나아가 배 소장은 “성인들에게 섹스를 펀(fun)하게 즐기고 배우자의 성을 이해하게

만드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9명은 인생에서 성관계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얻을 수 있는 올바른 정보는 열악하기만 하다. 한 부부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혼부부의 80%가 섹스리스 상태를 거친다고 한다.

배 소장은 “남자는 굵기 크기 등 감각을 중시하지만 여자에게는 음경의 주인이

누구인지 등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성에 대한 남녀의 인식 차이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성을 만들며 결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계기”라고 말했다. 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고 소통을 통해 내 배우자의 성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늘 강조해왔다.

배 소장의 성교육과 성상담기법은 남다르다. 대학에서 성교육을 할 때는 여대생에게

자신의 성기를 살펴본 후 소감문을 써오라고 시킨다. 그는 여성이 성감을 개발할

기회가 적고, 콘돔을 갖고 다니면 밝히는 여자로 여기는 사회 인식을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담하러 온 사람을 혼내주기도 하고 함께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부대에 교육하러

가면 장병들이 성에 관해 궁금한 사항을 쪽지에 적어 내라고 한다. ‘여친을 뿅 가게

하려면?’ ‘섹스를 오래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 등의 질문이 늘 나온다고 한다.

배 소장의 성교육 시간에는 이등병부터 장성들까지 단 한명도 졸지 않고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성에 대한 공식은 없지만 공부는 필요하다

누구나 성에 대해 정말 궁금해 하지만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고, 묻는다 해도

잘못된 정보를 얻는 게 대부분이다.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은 자위를 하면 키가 크지

않거나 머리가 나빠진다고 여기고 있고 정액이 몸에 닿으면 성병

걸린다고 믿는 여성들까지 있다.

여성 성 전문가가 성 이야기를 처음으로 쓴 이 책은 성과 사랑에 대해 재밌지만

가볍지 않고,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다. 남자에게 첫사랑의 의미, 키스까지만

하자는 그녀의 본심, 남녀 성감대 찾기, 멀티오르가슴을 위한 팁, 피임기구 사용법,

잠자리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사례와 근거 중심으로 제시한다.

“성과 사랑에 무슨 공식이란 없지만 성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성은 누군가에게는 목숨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삶 그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성은 빨간색도 검정색도 아닙니다.”

박민기 기자 271271@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Share with Kakao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