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섞어볼 생각한 도양은 천재?

1900년 혈액형 최초 발견 학자는 노벨상 수상

멧돼지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환자가 제중원에 실려왔다. 도양(연정훈)은 끊어진

동맥을 이어 붙이는 수술을 바로 실시했지만 이 환자는 과다출혈로 결국 죽고 만다.

도양은 다른 사람의 피를 넣어주면서 수술을 한다면 환자를 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고 서양에서만 하고 있다는 수혈에 대해 무작정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 속에 떠오른 방법은 사람들의 피를 뽑아 섞어보고 응집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살피는 교차실험. 두 사람의 피가 서로 뭉치면 수혈을 하면 안되고, 뭉치지 않으면

괜찮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도양의 이런 실험은 처음으로 ABO 혈액형을 발견한 병리학자 칼 랜드슈타이너

박사가 했던 방식과 같다. 1900년 랜드슈타이너 박사는 서로 다른 사람의 적혈구를

혼합했을 때 일어나는 반응을 조사했다. 22명의 조교 혈액을 검사해 본 결과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사람의 적혈구 혈청 사이에 응집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ABO 혈액형의 발견으로 1930년 노벨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수혈과 관련해 믿을만한 기록은 1922년에 등장한다. 조선총독부의원

의사였던 백인제 박사가 조선의학회지에 발표한 ‘일본, 조선인 사이에 있어서 혈액속별

백분율의 차이 및 혈액속별 특유성의 유전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통해서다.

최초의 수혈이 시행된 시기와 장소에 대한 문헌 기록은 찾기 어렵다. 미국의 수혈

기술은 미국 선교사들이 활동했던 세브란스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만

되고 있을 뿐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현옥 교수는 “1920년대 들어서야 수혈에

대해 기록한 자료들이 나오는 만큼 드라마 제중원의 배경인 1800년대 말 수혈을 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고 극적인 연출을 위해 들어간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제중원 주변에서 수혈에 대해 고민한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혈액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피를 섞어봐야겠다고 생각한 도양은 천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도양은 바로 곁에서 과다출혈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피를 섞어보면 어떨까 생각하지만, 랜드슈타이너 박사는 더 앞서 걸어가 ABO 혈액형

체계를 발견하고 정리했다.

100년 전 수혈은 현재와 물론 다르다. 스케이트날에 동맥이 끊어진 석란(한혜진)과

피가 엉기지 않은 황정(박용우)은 수혈을 한다. 동맥혈은 뿜어져 나오지만 정맥혈은

흘러나오기 때문에 황정이 석란보다 더 높은 곳에 누워서 직접 수혈을 한다. 그러나

이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직접 수혈은 개인에게서 나가고

전달되는 혈액 양을 잴 수 없기 때문에 과다 수혈 가능성이 있다.

피를 받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피가 들어오면 몸에 축적 돼 호흡이 곤란해지고

폐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 또 한꺼번에 남에게 피를 너무 많이 주면 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날라주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지면서 조직에 산소가 부족해져 빈혈이 일어나거나

심하면 쇼크사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피가 모자라서 사람이 죽는 일은 드물지만 피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으로 모자라도 넘쳐도 안된다”고 말했다.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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