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은 의사와 환자 양쪽을 견제하는 기관”

의료분야 ‘입법부’ 역할… 선진국에서는 권위 막강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카바(CARVAR)수술법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면서

이번에 송교수와 직접 대립하는 양상을 띠고 있는 한국 보건의료연구원(이하 보건연)의

위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기관인 보건연은 ‘공익을 목적으로 한 근거중심의 의학’을

표방, 작년 3월에 세워졌다. 개원 당시 복지부 장관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국민은 물론 보건의료인들도 연구원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며 힘을

실었다.

하지만 최근 송교수의 건국대병원이 보건연의 카바 수술법 검증작업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고 복지부와 “직거래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기관 위상을 흔들고 있다.

송교수의 수술법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은 설립 1년된 보건연의 향후 입지를

결정할 만한, 사실상의 의료계 핫이슈 제1호 프로젝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연은 의약품 의료기술 의료기기 등 의료 전 분야에 대해 경제성을 평가하고

임상성과분석 및 비교 작업 등을 통해 효과와 유용성을 진단, 의료보험 적용여부를

결정할 근거를 제공한다.

허대석 보건연 초대원장은 “의료가 가지는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학적 근거에 따른 연구, 의사와 환자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중립성이

연구원이 확보해나갈 진로”라고 말한 바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의 역할을

한다면 보건의료연구원은 임상연구를 통해 심의를 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해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설립된 기관이지만 선진국에서는 비슷한 기능을 가진 기관이

이미 수년 전에 세워져 국가의 의료기술 발전과 의료 공공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공적 의료기술 평가, 의료보험 합리화를 목적으로 세워진 연구기관으로는 1998년

설립된 영국 NICE(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 프랑스

HAS(Haute Autorite de Sante), 미국 AHRQ(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 조직의 역할을 더 강화해 ‘의료서비스

비교효과성 기구(Comparative Effectiveness Institute)’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이 기관의 권위가 막강하다. NICE에서 근거를 만들면 영국의

국민건강보험인 NHS는 이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법적으로 명시돼있기 때문.

연간 1,000건 정도의 연구주제 제안을 받아 이중 40~50개 정도 우선순위를 정해 국가적

기준과 근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의료 소비자에게도 꼭 필요한 기관

결국 보건연은 의료보험 적용의 타당성을 심의하기 위한 근거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의료소비자가 국가차원의 의료서비스에 가까이 갈 수 있게끔

돕는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허대석 원장은 “심평원이 건강보험 청구를 심사, 평가하는 사법부의 역할이라면

건강보험공단은 실질적으로 보험금을 운영하는 행정부인 셈”이라고 말했다. 즉, 어떤

치료법이나 약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해 기준을 마련하는 입법부 역할을 하는 기관은

없었고 바로 보건연이 이 대목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지난 해 카바수술법과 관련, 조건부 비급여 결정을 했다. 특히, 이 수술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근거자료 축적이 필요하다고 보고 보건연에 이를 검증해달라고

의뢰했다. 최근 카바수술 중단을 복지부에 권고하는 내용의 보건연 중간 평가자료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보건연과 송교수측의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보건의료연구원은 연구주제 수요조사를 통해 지난 1년간 “의료계에 널리 행해지고

있지만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일으키는” 의료 문제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해

왔다. 현재 △태반 주사 △만성 요통에 대한 주사 치료 효과 △인플루엔자 백신 효과

등 총 26가지 연구과제를 진행중이다. 지난 1월에는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친 제제의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의료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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