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기쁜데 울어버린 눈물의 의미는?

여러 가지 감정이 혼재된 복잡한 눈물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의 대본을 보면 ‘알 수 없는 표정’이라는 지문이

나온다. 배우인 김혜자씨도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심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단정하기에는 복잡한 표정이기 때문이다.

25일, 무사히 금메달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대중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그동안 ‘강심장’으로 알려졌던 김연아의 눈물을 두고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많은 해석이 그동안 쌓여온 긴장이 풀리면서 저절로 나온 눈물이라는 해석이다.

긴장, 다시 말해 스트레스는 우리 몸이 전투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선 눈의 동공이 커지고 혈관은 수축하며 심장은 운동이

빨라진다. 김연아는 경기에 들어가기 전 성호를 그으며 마음을 다잡는 듯 했다.

김연아의 부모도 조마조마해 차마 보지 못한 4분 여의 시간. 무사히 연기를 마친

후 극도의 긴장이 풀리면서 “이제 됐구나”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는 게 분당

서울대병원 정신과 홍강의 교수의 분석이었다.  

이런 반응은 스트레스 상태에서 에너지를 소진하고, 긴장이 수그러드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몸과 마음이 평소의 상태로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이 흘리는 눈물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늘어나는 카테콜라민이 함유돼

있다.

한편 김연아의 눈물을 두고 일종의 카타르시스 반응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카타르시스는 쉽게 말해서 감정을 발산함으로써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몸 안의 불순물을 배설한다는 의학적 술어로 쓰인다. 김연아 역시 그동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겪었을 말 못할 부담감과 정신적 피로가 눈물로 표출되었을

것이다.

이런 카타르시스는 여성의 경우에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외부의

자극에 대한 남녀의 반응 차이 때문이다. 먼저 뇌의 구조를 보면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섬유 다발인 뇌량이 남녀의 차이를 반영한다.

즉 남자의 뇌량은 얇은 반면 여자의 뇌량은 두껍다. 그래서 남자는 각각의 활동을

뇌의 각기 다른 부분에서 통제하는 반면 여자는 양쪽의 뇌에서 통제하게 된다. 주변

환경에 대한 반응을 여자가 더 잘 표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여성이 외부 환경에 좀 더 쉽게 적응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잘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유형준 교수는 이 같은 두 가지 가설에 대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김연아 선수의 눈물을 설명하기는 무리”라고 말한다.

눈물의 원인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고 현대 의학으로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이 특정한 감정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긴장, 혹은 분노했을

때나 기쁨과 슬픔 같은 ‘짠한’ 감정을 느낄 때이다. 전자의 경우 교감 신경이,

후자에는 부교감 신경이 작용한다. 분노와 억울함의 눈물에는 칼륨 이온과 수분이

적고, 기쁨이나 슬픔의 눈물에는 이런 성분이 많다.

유 교수는 김연아의 눈물에 대해 “복잡한 심경의 표출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적절한 말이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일단은 무사히 연기를

마쳤다는 안도감에 금메달을 딸 수 있겠다는 기쁨과 성취감, 그리고 그동안의 힘들었던

훈련에 대한 회한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으리라는 게 유 교수의 분석이다.

더구나 김연아는 1대1로 누군가와 싸운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 싸움이 무사히 끝났을 때 모든 감정이 혼재되어 눈물이 났으리라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그는 혼자가 아니라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 놓고 울어

버린게 아닌가 싶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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