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편’ 을 직접 부를 때

 호칭과

지칭이 붕괴하고 있다. 부부끼리 ‘오빠’ ‘아빠’라는 호칭이 난무하고 있다. 자녀

앞에서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는 여성도 있다.  

정부의 한 여성 고위직 인사는 지인들과 연주회에 갔다가 몸 둘 바를 모를 처지에

놓였다.

이 분은 지인들에게 아들 내외를 소개하려고 했는데 늦게 왔다. 뒤늦게 며느리가

허겁지겁 뛰어와 지인들 앞에서 “오빠가 늦어서…”라고 둘러댔다.

여기서 ‘오빠’란 물론 자기 남편을 지칭하는 말. 요즘 남편을 오빠로 부르는

여성이 적지 않다. 오빠까지는 아니더라도 남편을 ‘아빠’ 또는 ‘아저씨’라고

부르는 여성도 있다.  

일산에 사는 주부 송모씨(30)는 한때 아파트단지에서 등글개첩(나이 어린 첩)으로

소문이 났다. 남편이 민머리여서 외형상 나이 차가 많이 나 보이는데다 남편을 ‘아빠’로

부른 것이 엉뚱하게 소문난 것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눈에 가장 신기한 것이 원칙 없는 호칭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호칭만 본다면 한국은 ‘근친상간의 사회’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신세대 부부는 연애하면서 부르던 호칭이나 이름 등을 그대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면 ‘닭살’이

돋는 느낌이다. 이들도호칭 문제로 괴로운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20, 30대 주부의 20% 이상이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남편 나이가 자기보다 어려도 오빠라고 부르는 여성이 상당수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 호칭 붕괴 수준이 위험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특히 TV드라마 속의 호칭 파괴가 호칭 붕괴를 촉발한다는 별 이견이 없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옥선화 교수는 “외국에서는 호칭이 세분화되다가 어느

시점부터 서서히 단순화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한국은 갑자기 호칭 시스템이 붕괴돼

뒤죽박죽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유인균 교수는 탈권위 사회에서 신세대의 ‘피터팬 신드롬’이

겹쳐져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했다. 기존 호칭을 싫어하는 데다 성인의 도덕률을

배우는 통과의례를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상할 때 떼를 쓰고 티끌만 한

손해도 거부하는 우리 사회의 유아적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또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어른 역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호칭을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에게는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호칭 문제는 원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예절문화원 남상민 원장은 “교양 있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호칭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면서 “어른들이 자녀에게 바람직한 언어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혼 전후에 아들과 며느리 또는 딸과 사위를 앉혀 놓고 호칭 등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여성 운동가는 호칭 시스템의 붕괴를 남성 위주의 봉건적 가족시스템이

붕괴하는 과도기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한 여성시인은 “한국 남성은 누이에 대한 보호본능이 있다”며 오빠 호칭은 ‘누이

신드롬’의 일종이라고 이색적으로 진단했다.  

H그룹 손모 과장(37)은 6년 연애 끝에 결혼해 부부간에 ‘오빠’, ‘○○야’라는

호칭을 좀체 못 버리다가 얼마 전 ‘여보’, ‘당신’으로 바꿨다. 손 과장은 “아내가

애인에서 마누라로 비로소 바뀌었고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토닥토닥 별 이유 없이 싸우는 일도 현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호칭을 바꾸는 것에도 요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 원장은 “여보와 당신이 표준이지만 ○○아버지, ○○엄마 등의 과도기를 거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옥 교수는 “한 가지 호칭을 고수하기보다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호칭을 쓰는

것도 괜찮으며 부부가 어떤 호칭을 쓸지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만

있을 때에는 서로의 애칭을 부르는 것도 좋다. 자녀 앞에서는 ‘○○아버지,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다는 것.  

반면 여보, 당신이 표준적 호칭이지만 어른 앞에서 큰소리로 배우자를 부르는

것 역시 결례라는 지적이다.

부부의 시기별 바람직한 호칭

▼신혼시기

아내가 남편을 호칭할 때: 여보, ○○씨, 여봐요

남편이 아내를 호칭할 때: 여보, ○○씨, 여봐요

 

▼자녀가 생기면

아내가 남편을 호칭할 때: 여보, ○○아버지(아빠)

남편이 아내를 호칭할 때: 여보, ○○엄마(어머니)

 

▼장 노년기

아내가 남편을 호칭할 때: 여보, 영감, ○○아버지, ○○할아버지

남편이 아내를 호칭할 때: 여보, 임자, ○○어머니(엄마),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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