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리베이트 금지하니 환자가 손해?

“싼 약 처방길 막혀”… 광고규제 완화 필요

연간 매출 350억 원 규모의 특정 약에 대한 특허가 끝나자 제약사들이 이 약의

제네릭(복제약)을 생산했지만 제품 출시 여부를 놓고 눈치만 보고 있다. 이 분야

전문지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제네릭 생산 제약사 관련자들을 불러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내라고 종용해 약에 대해 알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제약사들은 “처방약에 대해 알릴 방법이 거의 없어 출시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결국 피해는 동일성분의 약을 싸게 살 수 없는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볼멘소리다. 일부는 리베이트 근절책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보건당국이 오리지널 약을 판매하는 제약사를 비호하고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와 의약계에서는 처방약에 대한 광고 규제완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메디소비자뉴스, 메디파나뉴스 등 의료전문지에 따르면

복지부는 중외제약의 위장관운동개선제 ‘가나톤’의 특허가 지난달 27일 만료되자

이 약의 제네릭을 출시할 예정이었던 제약사 관계자들을 불러 리베이트를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내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제네릭이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을 가리키는 말로, 오리지널과

효과는 엇비슷하면서 값은 더 싸다. 가나톤 한 알은 건강보험 적용기준가로 오리지널은

201원, 제네릭은 144원이다. 제네릭끼리는 품질 차이가 거의 없어 제네릭 회사는

리베이트를 주요 영업수단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복지부 의약품정책과가 가나톤 제네릭

영업에서의 리베이트를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제네릭 출시를 준비했던

제약사 39곳 중 18곳이 올해 판매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

제약사들은 “복지부의 리베이트 근절 취지는 공감하지만 다른 영업마케팅이 없어서

결국 중외제약만 유리해지고 약가 인하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당수

제약회사는 대안으로 전문의약품 대중광고 등으로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를 원하고 있다.

가나톤 제네릭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출시 전인 한 제약사 관계자는 “미국처럼

처방약 광고가 활성화된다면 마케팅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리베이트 없이도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져 지금보다 제네릭의 시장진입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84조 2항에 따라 국내에서 처방약의 대중광고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처방약의 대중광고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환자의 처방약 요구에 따른 의료진-환자

사이 갈등, 의약품 오남용 등을 우려한다. 복지부는 그동안 “처방약 대중광고를

허용하면 환자가 특정 약을 공공연히 요구하게 돼 진료실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의약분업의 실시로 의사가 처방권을 갖고 있는데다가 의사가

환자의 요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처방약의 대중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은 2009년 지식경제부에서 서비스 산업 선진화

차원에서 논의됐지만 복지부의 반대가 심해 결국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리베이트 근절방안의 하나로 처방약 광고 규제완화를 제안했다.

지식경제부 서비스경제과 박미자 사무관은 “제약사들이 처방약 대중광고에 대한

의견을 낸다면 논의 방안을 마련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처방약의 대중광고가 허용되면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다만 리베이트 제공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후발주자의 처지에서는 선점제약사 때문에 꽉 막혔던 영업채널이 조금이나마 열리게

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는 “의약품 소비자가 대중광고를

통해 정보를 직접 제공받으면 이전의 불평등이 완화돼 제약업계 리베이트가 부분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결국 처방권은 의사가 갖고 있다는 점, 광고비용이

소비자 비용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은 한계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가나톤은 대웅제약의 가스모틴과 함께 국내 위장관운동개선제 시장의 선두를 다투고

있다. 올해 발매계획서를 제출한 가나톤의 제네릭은 ▲유한양행 이토나 ▲제일약품

이토메드 ▲종근당 이토벨 ▲일동제약 가나메드 ▲LG생명과학 가프라톤 ▲동화약품

이토피드 ▲파마킹 이토정 ▲안국약품 토프리드 ▲진양제약 모가톤 ▲경동제약 이지톤

▲국제약품 이토라이드 ▲환인제약 이토라제 ▲한국유니온제약 이토리드 등이다.

김혜민 기자 haemi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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