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놓고 시민단체-의사 딴목소리

‘적색경보’ 발령에 의사들 “뭘 모르는 소리”

식약청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차원에서 식욕억제제 성분 시부트라민의 안전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진료실에서 이 약을 처방하고 있는 의사들과 시민단체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식약청이 고심하고 있다.

시민단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28일 시부트라민 제제에 대해

‘의약품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관련 제제의 판매 중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건약은

2008년 2월부터 의약품 부작용 문제를 알리기 위해 적색경보 제도를 운영해왔다.건약은

이날 별도 성명서를 통해 “미국에서는 시부트라민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만 분류돼 오남용 우려가 있다”며

“혈압상승, 심박동수 증가 등 이 약물의 위험성 논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날 당시부터 계속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비만학회와 시부트라민 제제 관련 제약회사들은 “국내에서 시부트라민

제제의 허가사항에 이미 심혈관계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며 “이 약을 퇴출시키면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게 된다”고 반박했다.

비만학회는 이에 앞서 25일 소속 회원 의사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시부트라민

제제를 복용해서 체중이 적절히 조절되는 비만 및 과체중 환자에게 심혈관계 병력이

없다면 제품에 첨부된 사용설명서에 따라 처방하면 된다”고 밝혔다. 학회는 해당

심혈관 질환으로 관상동맥질환과 울혈성심부전, 빈맥, 말초동맥폐쇄성질환, 부정맥,

뇌혈관질환(뇌졸중, 일과성 허혈발작),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등을 꼽았다. 학회는

“국내에서는 FDA가 주의를 요한 금기 환자들에게 이 약을 처방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 관계자는 “유럽에서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환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6년 동안의 연구에서 시부트라민을 복용한 환자의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의 사망위험이

11.4%로 위약그룹 10%보다 높았지만 국내에서는 고위험군 처방이 제한되므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부트라민은 지난 22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부작용으로 인한 심장혈관계

위험이 약 처방의 이점보다 크다”는 판정을 받았고 이후 식약청에서는 의약 전문가

단체에 시부트라민 처방 및 조제를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는 문서를 발송했다.

비만학회 관계자는 “EMA의 결정은 미국과 유럽의 의약품 시장을 둘러싼 미묘한

갈등이 영향을 준 것 같다”며 “FDA는 EMA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식약청이 당장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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