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부작용 논문 발표” 교수들 해임

건국대, “조직의 화합 깼다” 이유

의대 교수들이 학계에서 논란 중인 수술법의 부작용에 대해 논문을 발표하고 법에

따라 보건당국에 보고했다는 이유로 ‘해임’ 당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의학계에서

동료 의사의 치료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논문을 발표했다가 해임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건국대학교는 지난 15일(금요일) 오후 건대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해임 사유는 같은 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로부터 특정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서 생긴 부작용을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하고 보건당국에 신고해

‘조직의 화합을 깼다’는 것. 이에 대해 백남선 병원장은 “노 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15일 오후 5시경 두 교수에게 해임을 통보하고 병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 번호도 삭제해 더 이상 병원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두

교수의 환자 진료권을 박탈한 것이다. 병원 측은 또 이들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에게

‘교수가 사정 상 더 이상 진료를 볼 수 없게 됐다’ ‘원하는 경우 다른 교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두 교수는 15일 해임 통보를 받자마자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취소를

청구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건국대 교수들은 두 사람의 해임 통보가

금요일 오후 전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해임 사실 자체를 모르는 상태이며 일부

교수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월요일 대책을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규형 한성우 교수는 송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재직 시 개발한 새로운 대동맥판막

수술법인 ‘종합적 대동맥판막 성형술’(CARVAR)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송 교수는 이 수술에 대해 기존 수술법의 한계인 ‘평생 항응고제 복용’ ‘10년마다

재수술’ 등의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흉부외과학회에서는 이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두 교수는 송 교수로부터 CARVAR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나타난 부작용 사례를

수 차례 병원 측에 보고했지만 병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2008년 12월에 감독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 보고하고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이들 교수는 2008년 10월 CARVAR 수술을 받은 환자 5명에서 나타난 부작용 9건을

유럽흉부외과학회 학술지에 사례보고 논문으로 제출했다. CARVAR 수술을 시행한 송명근

교수는 이듬해 1월 이 소식을 입수하고 유럽흉부외과학회에 ‘심장내과 교수들이

환자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해 표절을 했고 ‘연구 윤리 위반’으로 병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유럽흉부외과학회는 건대병원 측에 윤리위 결과를 물었지만 병원 측의 공식적인

답변이 없자 이 논문을 유럽흉부외과학회지 2009년 6월호에 게재했다.

병원 측은 2009년 2월 윤리위원회를 열어 ‘심장내과 교수들의 논문이 표절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논문을 제출한 것은 조직의 화합을 깨는 행위’라고 결정하고 이들

교수에 대한 징계를 대학교 당국에 정식으로 요청했다.

징계 논의는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11월 급물살을 탔다. 건국대학교는 11월

17일 이들 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와 수위를 정하기 위해 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해당 교수들이 ‘대학 차원의 윤리위원회를 먼저 열고 이 결정을 바탕으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반발하자 24일 윤리위원회를 급하게 열었다. 건국대학교는

다음달 21일 징계위원회를 다시 열고 해당 교수들의 의견을 들은 뒤 지난주 금요일

전격적으로 ‘해임’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심장내과의 한 교수는 “법과 학문적 양심에 따라 자신이

발견한 부작용을 보고하는 것은 의사의 당연한 의무”라며 “건대 교수들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도 아닌데 병원 내부의 일을 외부로 알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건국대 측은 두 교수를 징계하면서 송 교수의 부작용 사례가

한 종합일간지에 보도된 것을 문제 삼았는데, 이 보도는 두 교수가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송명근 교수를 취재해서 이뤄진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교수가 학문적 입장에서 논문을 발표했다고 해임하다니

귀가 의심스럽다”면서 “더구나 생명이 달린 영역에서 토론을 막아버리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간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조직의 화합을

깼다는 이유라는데 조직의 화합이 환자의 생명에 우선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울산대 의대의 한 교수는 “그 대학의 총장이 황우석 사태 때 황 박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분으로 알고 있다”면서 “스타를 구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모습이 그때와 너무나 닮았다”고 지적했다.

강경훈 기자 kwk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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