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일 닥치면 나도 할래요!”

작년 2008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

세상은 연말 분위기로 다소 들떠 있던 지난달 28일 오후 4시.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제주대 중앙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자가 있다는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서울대병원

측은 환자가 뇌사상태여서 불안정했기 때문에 다음날까지 기다리다가는 장기기증을

충분히 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기증자를 헬기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밤

11시, 뇌사 환자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했다. 고인의 뜻에 따라 폐 심장 간장

신장 각막이 제 때 적출 기증돼 6명이 새 생명을 나누었다.

이달 9일에는 태어날 때부터 뼈가 잘 자라지 않는 ‘연골무형성증’을 앓던 엄동근

씨(31)가 뇌사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하게 됐다. 엄씨의 장기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에서 불치의 병고에 시달리던 환자 3명에게 간, 신장, 췌장이 각각 이식됐다.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사후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희망자가 크게 늘고 사회 인식도 현저하게 바뀌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장기기증 희망자는 2008년

9만3024명에서 작년에 20만6884명으로 갑절이상이 되었다. 지난 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과 각막기증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실제 장기기증과 이식 사례도 늘고 있다. 15일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2009년 신장이식은 총 123사례로 2007년에 비해 84%, 작년에 비해 31% 늘었다. 심장이식도

9사례로 2008년보다 두 배였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도 작년 신장이식은 총

85사례로 2008년의 69사례보다 23% 증가했다. 서울성모병원의 각막 이식은 2008년

161사례에서 작년에는 208사례로 29% 늘었다.

장기기증을 원하는 사람은 온라인 팩스 우편을 이용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http://www.konos.go.kr/)에

등록하게 된다. 관리센터에서는 장기기증등록증을 발급하게 되고 확인을 거쳐 운전면허증을

새로 딸 때나 갱신할 때 장기기증표시가 찍히게 된다. 불의의 사고 등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더라도 자기 생명의 일부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나누는 것이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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