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본다? 거리감각에 영향

손 잃으면 뇌의 공간지각력 훼손돼

‘손으로 본다’는 말이 진실일까. 한 손이 없는 사람은 그쪽의 물체가 실제 떨어져

있는 거리보다 더 가깝게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진은 오른손이나 왼손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쪽 손이 없을 때 가까운 공간에 있는 물체의 위치, 크기, 다른 물체와의

거리 등을 파악하는 공간지각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연구 대상자들에게 화면을 보여주면서 열십자로 나누었을 때의 중앙을 보도록

한 뒤 십자가 좌우에 하얀 정사각형이 잠시 나타나도록 했다. 이어 좌우에 있는 정사각형이

중심부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답하도록 했다.

그 결과 오른손이 없는 사람들은 오른쪽 정사각형이 실제로는 중심부로부터 더

멀게 떨어져 있도록 배치했는데도 왼쪽과 오른쪽 정사각형이 중심부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다고 답했다. 왼손을 잃은 연구 대상자들에게서도 공간을 파악하는 능력에서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왼쪽 정사각형이 중심부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도록 배치했는데도

좌우 정사각형이 중심부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다고 답한 것이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손을 잃은 쪽의 정사각형을 실제보다 더 가깝게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흥미롭게도 연구대상자들이 멀리 떨어져서 화면을 볼 때는 거리를 훨씬 더 정확하게

파악했다. 손이 없는 것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데만 영향을 미쳤다.

연구결과 어느 한 쪽 손을 잃는 것은 그쪽의 ‘동작공간’을 쪼그라뜨려 그쪽에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공간지각력을 일그러지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작공간(action

space)이란 손을 뻗어 물체를 잡거나 만질 수 있는 공간 즉 손이 미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연구진은 “공간에서 신체가 활동할 수 있는 정도가 공간을 인식하는 뇌의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는 게 드러났다”며 “연구결과는 뇌의 결함으로 어느 한쪽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공간편측무시증(spatial hemineglect)의 치료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손을 절단한 사람들의 재활훈련 과정을 바꾸는 데도 연구결과를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면 절단한 손 쪽을 많이 사용하거나 그쪽으로

보는 영상훈련을 강화해 그쪽 동작공간을 확대하면 공간편측무시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소개됐으며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6일 보도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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