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장님, 유전자치료로 눈떴다

12명 중 6명 ‘법적 시각장애인’ 벗어나

선천성 시각장애인이 유전자치료로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태어날 때부터 망막에

이상이 생겨 앞을 볼 수 없었던 8살 어린이가 유전자 주사 한 대를 맞고 눈에서 빛을

감지하게 됐고 전자칠판이나 교사의 도움 없이 수업을 받을 만큼 시력이 생긴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소아병원 세포및분자치료 센터 케서린 하이 소장은 유전

질환인 ‘레버 선천성 흑암시(LCA. Leber’s congenital amaurosis)’를 앓고 있는

어린이 5명, 성인 7명에게 유전자를 주입해 시력을 회복시켰다는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연구지인 ‘란셋(Lancet)’ 온라인 판에 2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망막에 빛 수용체를 만드는 단백질과 관련된 유전자를 주입한

후 2년 동안  경과를 살폈다. 이들이 치료에 사용한 유전자는 ‘RPE65’로 LCA

환자의 8~16%정도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와 관계 있다.

환자들은 유전자 주사를 맞은 2주 후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희미하게나마 사물을

구별할 수 있게 됐고 시력검사에서도 빛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어린이는 희미한 불빛도 추적할 수 있을 만큼 시력이 회복됐다.

이들 환자들이 정상인과 같은 시력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6명은 ‘법적인 시각장애인’

진단 기준을 넘어서는 시력을 회복했다.

공동연구자인 같은 병원 안과 알버트 매구어 교수는 “유전자 치료를 받은 아이들은

정상 아동과 똑같이 걸을 수도 밖에 나가 놀 수도 있을 정도”라며 “보조장치의

도움 없이도 수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 소장은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놀랄만한 연구 결과”라며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던 선천성 환자들뿐 아니라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 등 망막의 기능이 후천적으로

손상된 사람들에게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CA는 어릴 때부터 시력이 점점 나빠지다가 20~30대에는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되는

선천적 질환으로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었다.

매구어 교수는 “이 치료법이 환자들의 망막퇴화를 중단시키는지 계속 관찰할

예정”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다른 망막 질환의 치료에도 이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3명의 LCA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예비 연구 결과를 지난해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했다.

이 실험 결과는 미국 일간 LA 타임스, 영국 일간 BBC 온라인 판 등이 24일 소개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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