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줄기세포치료 처벌해야 하나?”

경찰 법 적용여부 고민…의료계, 무분별 시술 부작용 경고

임상시험 허가를 받지 않고 환자의 줄기세포를 뽑아내 그 사람에게 주입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법망을 피해 그 줄기세포를 갖고 중국에 가서 해당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은 불법일까?

지난해부터 수 천 명이 이러한 방법으로 자신의 병에 대해 치료를 받았고 효험

사례가 입소문을 타면서 해당 회사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의료행위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으며 원정 시술과 관련, 증거확보와 수사의 폭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시술법으로 환자를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생명공학벤처 알앤엘(RNL)바이오는 지난해

1월부터 매주 20~50명의 각종 환자를 모아 복부에서 지방을 추출하고 여기에서 줄기세포를

뽑아내 배양한 다음 이를 갖고 중국 옌지(延吉)의 알앤엘 조양재생의학병원으로 가서

정맥주사나 근육주사로 투여해왔다. 이 회사는 치료비 대신 줄기세포보관료를 받아왔는데

세포 1억 개는 500만원, 2억 개는 1000만 원 선이다. 여기에다 일련의 비용을 합치면

대체로 한 번 치료를 받는데 3000만 원정도가 든다. 주로 뇌중풍, 당뇨병, 신장질환,

간질환 같은 난치병을 치료해왔으며 최근 대머리 치료 등으로 치료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시술을 받은 환자 중에는 내로라하는 거물급 정치인을

비롯해 상류층 인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가수 조덕배가

이 치료를 받고 뇌중풍에서 회복했다며 콘서트를 열어 이 회사의 주가가 폭등했지만

전문가들은 회복 중인 상태에서 주사를 맞고 효과가 과장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 내사에 들어가 이 시술에 불법적 요소가 많다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신 치료법에 제동을 걸었을 때 바이오산업계에 미치는 파장,

중국 정부와의 수사협조 등 때문에 수사 확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24일

코메디닷컴 취재진에 밝혔다. 또 위법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어디까지 확보할지, 수사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의학계에서는 만병통치식으로 이뤄지는 줄기세포 시술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효과가 과장됐고 암 발생 등 장기적 부작용의 우려가

있는데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의료윤리 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원정시술 어떤 법률에서 문제되나

경찰은 이 회사의 성체줄기세포 배양액이 임상시험 중이고 아직 의약품 허가를

받지 않았는데도 환자를 모아 시술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시험결과에

따라 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알앤엘바이오는 현재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정형외과,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심장내과 등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임상시험 중이어서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물질을 인체

내 투여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알앤엘바이오 측은 “국내에서는 위법일지 몰라도 중국과 일본에서는 의사의

재량에 따라 줄기세포를 투여할 수 있으므로 그곳으로 가서 시술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행위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알앤엘 측은 매주 서울 구로구

가산동  연구소에서 ‘줄기세포 설명회’를 통해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를 모으고

이들을 대상으로 복부 지방을 적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당국은 의료법에 저촉되는

유사 의료행위로 보고 있다.

알앤엘바이오 김남수 상무는 “시술이 중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 의료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환자가 원하면 냉매제가 들어간 사각 스티로폼

상자에 줄기세포 앰플을 넣어 공항에서 화물로 운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전문 서상수 변호사는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를 모으는 영업행위는 명백히

의료법 위반”이라며 “성체 줄기세포 배양액이라는 인체 적출물은 화물로 보낸다

하더라도 감염성폐기물에 해당돼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수 상무는 “본인이 휴대하고 중국에 다녀온 고객 중 지금까지 단 한명도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공항 보안검색팀은 줄기세포 배양액 자체가 탑승객들에 해를 끼치지는 않기 때문에

검색 시 단속물품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팀 관계자는

“연구목적으로 쓰이면 인체 적출물이라도 위해성, 오염성이 없다는 점을 증빙하는

자료를 국토해양부 항공정책과에 사전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는다면 가지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치료는 만병통치약?

알앤엘바이오는 줄기세포 치료가 미용 뿐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 뇌출혈, 중풍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을 극복하는 데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렇게

만능으로 인식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법은 암 발병 같은 부작용 우려가 많으며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데다 생명윤리적 차원에서의 문제제기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알앤엘바이오와 퇴행성관절염 임상시험 계약을 맺고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정형외과 윤강섭 교수는 “6명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평가하는 1상 시험

중인데 아직까지 독성 후유증이나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6명씩 두 번에 걸친 시험을 완료하면 1상이 마무리되고 3상까지 완료하려면

1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안전성 평가가 마무리 되는대로

효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라 아직 어떠한 연구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강서나누리병원 김영호 원장은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정맥주사요법은

검증된 치료방법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원장은 “줄기세포가 정상조직으로서

재생된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폐조직이나 뇌 조직, 손 조직 등으로 자라나

암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특히 “동물 실험에서조차 검증이 안 된 치료법을

가지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좋다더라고 해서 시도하다가는 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알앤엘바이오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방줄기세포는 가장 안전한

줄기세포이고 동물 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충분한 결과치를 확보했다”며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이고 세계에서 알앤엘바이오가 지방줄기세포로는

유일하게 임상허가를 당국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회사 측은 “이미

밝혀져 있는 객관적 데이터만을 치료 근거로 하는 현업 의사 대부분은 줄기세포 치료법이

아직까지 상용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줄기세포가 인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도 많은 고객들이 줄기세포 시술을 받고 있으며

치료 효과도 이미 많이 알려진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사는 19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국제성체줄기세포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지방줄기세포가 당뇨병, 치매, 골관절염 등에서 효과적이라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성체줄기세포 치료를 받다가 암이 생긴 환자가 나타나는

등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4월 서울성모병원 개원 기념 학술대회에

참가한 코니 이브스 캐나다 국립암센터 소장은 ‘줄기세포의 선과 악’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줄기세포는 암과 동일한 유전자의 지배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줄기세포를 이용한다는 치료법은 많지만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났거나 오히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해쳤다”고 경고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한광협 교수는 “어떤 치료법이든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쳐서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된 뒤 환자에게 시술돼야 한다”면서 “환자가 비싼

비용을 치르며 임상시험을 받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몇몇 회사가

줄기세포의 효과에 대해 과대홍보하면서 급박한 환자에게 고비용을 부담시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