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나무-곤충 싸움때문 진화

해충 쫓기 위해 붉은 색으로 잎 치장

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 식물과 해충과 싸우느라 진화한 결과라는 새로운

학설이 나왔다.

여태까지 단풍은 기온이 떨어지면 나뭇잎 속 엽록소가 없어지면서 잎 속에 원래

있던 노랗고 빨간 색소만 남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노란

단풍은 이처럼 엽록소가 없어져서 나타나지만, 빨간 단풍은 엽록소가 없어지면서

동시에 나무가 ‘안토시아닌’이라는 빨강색 색소를 일부러 만들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그리고 이렇게 나무가 곧 떨어질 나뭇잎을 힘들여 빨갛게 물들이는 이유에 대해선

그간 여러 학설이 엇갈려 왔다.

그 동안 나온 이론으로는, 나무가 추운 기온과 적은 햇볕 때문에 잎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미노산의 위치를 바꾼다는 생리학적인 기능 이론, 노란 나뭇잎을

목표로 삼아 공격하는 해충으로부터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렬한 빨강으로

치장하기 위해서라는 설명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이론들 중 어느 하나도 왜 아시아, 북미의 단풍은 빨강이 주조이고

유럽의 단풍은 노랑이 주조인지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하이파대학와 핀란드 쿠오피오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낙엽

색깔의 진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학설을 내놓았다.

이 학설은 3500만 년 전 지구가 빙하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산맥이 남북 방향으로

달리는 아시아와 북미에선 기온 변화에 따라 나무가 남쪽으로 내려가고 해충도 따라갔기

때문에 나무들이 해충 퇴치를 위해 계속 빨강 색소를 만들도록 진화했지만, 산맥이

동서 방향으로 달리는 유럽에서는 나무와 해충이 남쪽으로 내려갈 수 없어서 모두

멸종했기 때문에 그 뒤에 생긴 나무들이 굳이 빨강색 색소를 가을에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고 풀이한다.

연구진은 이런 학설의 예로 유럽 스칸디나비아 지방에 자라는 키 작은 교목들을

든다. 큰 나무들이 빙하기에 멸종한 반면 키 작은 교목들은 눈 밑에 묻혀 생존했고

이 과정에서 해충도 함께 생존했기 때문에 유럽에선 드물게 이들 교목들은 아직도

붉은 단풍잎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학술지 ‘새로운 식물학자(New Phytologist)’ 최신호에 실렸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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