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4급이 프로야구 선수?

장애인 예산은 눈먼돈 연간 2000억 원 ‘줄줄’

프로야구 경력 15년 째인 K씨는 2002년 차려 자세 때 손이 닿는 부위가 썩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K씨는 오랜 재활 훈련을 거쳐 아직도 프로 선수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K 씨는 행정상으로는 지체장애 4급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대상자다. 서울 S병원의 A 교수는 “K씨가 장애인 신청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신청을 하면 대부분 장애판정을 받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상으로는 4급 장애인이

고액 연봉의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시각 장애 1급으로 정부로부터 매달 13만원의 생활비를 지원 받는 김

모씨는 운전면허 소지자로 실제 운전도 직접 한다. 장애인이 사망 후 동사무소에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아 계속 장애인 보조금을 받아 쓴 가족도 있다.

모두 애매모호한 장애 판정기준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현재 장애인 판정은 주치의의 판단 하에 15개 유형에 1~6등급으로 내려진다. 장애

판정을 받으면 그 등급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데 장애 1급인 어른환자에게는 13만원,

장애 1급인 어린이의 가족에게는 20만원이 지급된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008년 현재 225만 여명. 2000년부터는 신장, 간 등 내부 장기이상도 장애 유형에

포함됐다.

장애를 판정하는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장애 지침을 기준으로 의사들이 판단한다고

하지만 전적으로 주치의의 판단에 맡기다 보니 의사와의 유대 관계에 따라 판정이

달라지는 예가 비일비재했다. 같은 중증도의 장애인이라도 어떤 의사가 판정하느냐에

따라 장애 등급이 달라졌던 것이다.

현재 애매한 장애판정 기준으로 장애인 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연간 2000억 원의 장애인 예산이 새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한의학회 이경석 정책이사(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외과)는 “장애인

관련 예산의 약 30% 이상이 새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추정했다.

고무줄식 장애판정기준이 도덕적 불감증 부추겨

미국의사협회의 장애 기준은 약 600페이지에 달할 만큼 꼼꼼하다. 우리나라는

20~30페이지 분량이다. 그만큼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장애인 관련 복지 예산은

연간 7200억 원이 넘지만 예산의 규모에 비해 장애 판정이 제대로 되지 못하다 보니

부정수급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장애 판정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재심사를 받지 않으면 처음 등급이 유지되는

맹점을 이용해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이경석 이사는 “제대로 된 판정만 이뤄져도 더 많은 장애인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이 2007년 4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실시한 중증장애인 심사에서 전체 3만 1000여 건 중 33.5%가 장애 등급이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장애인 판정과 비슷한 내용이 포함된 산업재해 판단 기준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개정 작업을 통해 현실적으로 바뀐 상태다. 현재는 쓰이지 않는 검사법, 장비 등에

대한 내용은 빠지고 인공관절 치환 같이 예전에는 없었던 내용이 추가됐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2007년부터 장애 평가 기준을 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장애평가기준개발 사업’이 바로 그것. 이 작업에는 재활의학회, 정형외과학회,

신경정신과학회, 안과학회 등을 비롯해 장애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20여 개 학회에서

120여 명의 의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 사업은 현재 서울 성북구 송파구, 광주 남구, 충남 천안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며 빠르면 내년 초에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이경석 이사는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개선하고 보완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사업이 정착되면 그 동안 15개 장애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했던 장애인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kwk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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