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신종플루 만병통치약 아닌데…

예방효과 거의 없어, 내성 유의해야

최근 강남구의회 의원들이 북유럽 출장을 떠나면서 강남구 보건소에서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20알을 타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타미플루는

신종플루 증상을 가진 고위험군 환자에만 처방되도록 정해졌는데도 불구하고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타미플루를 미리 처방받았다는 측면에서 해당 구의원들에 대한 사퇴

압박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신종플루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신종플루 공포와

타미플루에 대한 ‘강박증’이 얼마나 심해졌는지를 확인시켜주기도

하는 사건이다. 지난 8월에는 현직 의사가 가짜 처방전을 발행해 타미플루를 사재기한

사건이 밝혀지기도 했다.

타미플루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한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현제 스위스

로슈제약이 특허권을 가지고 독점 생산하고 있다. 1999년부터 미국, 캐나다, 스위스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리렌자보다 늦게 개발됐지만 흡입형

항바이러스제인 리렌자보다 복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마케팅에 성공했으며

현재 리렌자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 90%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타미플루와 리렌자

비축량이 8:2 정도로 타미플루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떨어뜨리는 항바이러스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서 48시간 이내에 투약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이후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투약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약효를 보기 힘들다. 신종플루에 타미플루가 만능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 서울대 약학대학 강창율 교수는 “사람마다 약에 대한 반응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이후 48시간이라는 기준도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투약하지 못하고 이미 체내에 바이러스가 많이 퍼진

상황이라면 이 때는 항바이러스제가 아닌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사망자 대부분이 타미플루를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이유는 투약이 늦었기

때문이다.

“타미플루, 건강한 사람에게 약효 없어 ”

타미플루 과신에 따른 남용은 변종 바이러스를 출현시키기도 해 큰 문제가 된다.

최근 미국에서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변종 바이러스가 10대 소녀 두 명에게서 발견된

사례가 보고됐다. 타미플루를 남용함에 따라 바이러스가 이 약에 내성을 가지면서

나타난 것.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타미플루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투약하는 게 변종

발생을 늦추는 방안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타미플루로 신종플루 예방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강창율

교수는 “타미플루는 부분적으로 예방 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약기운은 떨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하루 정도 예방효과를 낼 뿐”이라며 “환자를 자주 보는 의사의 경우 예방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백신이 아닌 이상 걸리지 않기 위해 수를 쓰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에 대한 주의사항도 있다. 지난 8월 ‘영국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타미플루를 복용한 아이들의 절반이 구토,

구역, 설사, 악몽과 같은 부작용을 겪었다. 리렌자의 경우 7세 이상에만 투여하도록

돼있는 반면 타미플루는 1세 이상이면 복용이 가능한 약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돼 왔지만 부작용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타미플루 비축에 집착하기보다는 평소 개인 위생을 신종플루에

걸렸어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타미플루 투약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푹 쉬는 게 낫다는

게 결론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문기구인 ‘공중보건 위기대비 대응 자문위원회’의

방지환 교수(국립의료원 감염센터)는 “지금 유행하는 신종플루는 독성이 약해 건강한

사람이라면 며칠 푹 쉬기만 해도 충분히 완치된다”며 “약할 때 걸렸다가 이겨내면

예방백신을 맞는 효과가 있어서 나중에 신종플루 대유행이 찾아와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으므로 감염을 지나치게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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