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노래 표절하기, 새도 한다

다른 종이라도 필요하면 ‘같은 언어’로 소통

같은 자원과 영토를 놓고 경쟁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새들은 서로 종이 다르더라도

“여기는 내 땅이니까 들어오지 마”라는 공통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로 다른 동물 종이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조셉 토비아스 교수 팀은 아마존 우림에 사는 페루개미잡이새와

노란가슴털개미잡이새 150마리가 내는 504가지 소리를 녹음했다. 이 소리들에는 영역을

지키기 위한 소리, 상대를 부르는 소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두 종의 새들은 어느 지역에서는 함께 살며 영역과 먹이(개미)를 놓고 경쟁을

벌이지만 어느 지역에서는 완전히 떨어져 산다.

한 종의 새가 영역을 경계하기 위해 내는 노래를 들려주면 다른 종의 새들도 흠칫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특히 한 지역에 함께 사는 새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상대방의 경계 노래를 다른 새 종류도 알아듣는다는 결론이었다.

토비아스 교수는 “이들 두 종은 3백만 년 전쯤에 공통의 조상에서 분리됐다”며

“종이 갈린 지가 3백만 년이 넘는데도 아직 서로 같은 노래를 부르며 상대 종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마치 5백만 년 전에 갈라진 사람과 침팬지가 영토나 먹이를 놓고

싸울 때는 서로 같은 말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사는 두 새 종자는 경계 노래는 비슷했지만 서로를 부르는 소리는 완전히

달랐다. 서로 부를 때는 다른 종에게 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깃털 색깔도

달랐다. 이렇게 서로 부르는 소리와 깃털 색깔이 다른 것은 자기들끼리만 짝짓기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른 종끼리는 같은 신호 쓸 수 없다” 기존 학설 틀려

그동안 진화학자들은 서로 다른 종자라도 동일한 환경적 압박에 놓이면 수렴 진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해 왔다. 포유류와 오징어류는 완전히 계통이 다른데도 비슷한

렌즈식 눈을 각각 독자적인 경로를 통해 발전시킨 것이 수렴 진화의 대표적 예다.

경로는 달라도 결과는 동일한 현상이다.

이런 수렴 진화는 인정해도 서로 다른 종자가 동일한 신호를 낼 수는 없다고 진화학자들은

여겨 왔다. 서로 다른 종자가 신호를 보내면 서로 헷갈려 쓸데없이 싸우게 되며,

서로 다른 종자끼리 교배해 잡종이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런 가설을 완전히 뒤집었다. 필요하면 같은 노래를 불러

서로에게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서로 다른 깃털 등으로 이종교배(다른 종자끼리 교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진화(Evolution)’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이사이언스뉴스 등이 10일 보도했다.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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