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강제실시 안하나? 못하나?

“강제실시 조건 충분, 정부 의지 문제”

국내 제약사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복제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으나

정작 특허를 풀겠다고 발언한 정부는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어 그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사가 2016년까지 특허권을 갖고 있는 타미플루에

대해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밝힌 것은 지난달 21일 이었다.

강제실시란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적재산권(TRIPs) 협정 제31조, 국내 특허법

제106조에 규정된 특허권 예외조항으로 국가적 비상사태 및 공공, 비상업적인 목적인

경우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도 정부가 제 3자에게 그 약품을 생산하도록 명령하는

조치다.

강제실시를 적용하면 국내 제약사들은 타미플루 제네릭을 싼값으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강제실시 대비 제약사들 생동성시험 신청 쇄도

정부가 강제실시를 언급하자 국내 제약사는 제네릭 생산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타미플루에 대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계획을 제출한

곳은 지난달 27일 SK케미칼(씨티씨바이오와 공동)을 시작으로 국제약품(2일), 종근당(3일),

대웅제약(4일), 한미약품(8일) 등 모두 5곳이다. 생동성 시험이란 복제약이 오리지널

약인 타미플루와 인체에서 같은 효과를 내는지 검증하기 위한 약효시험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강제실시가 발동될 지 알 수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차원”이라며 “생동성 시험만 마쳐 놓으면 시판까지는 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약회사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부는 아직 강제실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로슈사로부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때 강제실시를 하겠다”며 현재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강제실시가 통상마찰에 미칠 영향, 지적재산권 논쟁, 국제적 위상 등의

문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강제실시가 감행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세계 여러 국가는 이미 국가적

위기 상황에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를 발동한 사례가 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탄저병 치료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독일 바이엘의 특허권을 강제실시했다.

태국은 강제실시를 발동해 에이즈 치료제를 절반 이하의 가격에 생산하고 있다.

대만 역시 2005년 조류 독감이 유행했을 때 국내방역에 한정해 한시적으로 타미플루를

강제 실시했다. 대만은 당시 “신뢰할 수 없는 약속을 믿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할 수는 없다”고 강제실시 이유를 밝혔다. 대만은 약을 제조하거나 수입할 능력이

있음에도 강제실시를 발동했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강제실시 발동할 처지 ”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정정훈 변호사는 “강제실시는 WTO의 TRIPs에 명시된

규정으로 대만은 자국 내 특허법이나 국제 통상법을 어긴 것이 아니므로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대만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면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비난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다른 선진국은 2005년 AI(조류독감)를 겪은 후 타미플루를 충분히

비축해 놓은 반면 한국은 4년 동안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는 정부 책임”이라며

“결국 선진국에서는 유일하게 강제실시를 발동해서라도 치료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측은 특허청에서조차 강제실시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음에도

복지부가 망설이는 것은 정부의 의지 문제라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변혜진 기획국장은 “정부가 강제실시를 언급한 것은 진짜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로슈를 압박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수단이었을 수 있다”며

“선진국이 강제실시를 발동하는 것이 도의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타미플루를 4년

동안 인구의 11% 정도 밖에 비축하지 못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로슈는 11월까지 한국이 원하는 물량을 공급하기 힘들 것이고 소송을 건다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 강제실시를 발동하더라도 소송을 걸기는

힘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로슈 측은 “타미플루는 연간 4억 명 분의 생산이 가능하고 이는 현재와

향후 예상되는 주문량에 비춰 충분하고도 남는 물량”이며 “한국정부로 부터 추가주문이

들어올 경우라도 공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정 기자 crystals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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