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문병가세요? 이것만은 조심

“지나친 낙관이나 뜬소문 말하지 마세요”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인구 10만명 당 137.5명으로, 1997년에 비해 22% 증가했다. 지난 1일 영화배우

장진영을 앗아간 주범도 바로 위암. 지난 5월 원로배우 여윤계와 지난해 12월 배우

겸 연극 연출가 박광정 또한 폐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암이 현대인에게 뿌리 깊게 파고든 만큼 주변에 암환자도 적지 않을 것. 암환자를

가족으로 또는 지인으로 두고 있다면 암환자를 대하는 방법에 대한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많지

않다.

암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암환자에게 민감한 사안들을

대화 도중 무의식적으로 건드리기 쉽기 때문이다. 암환자를 마주했을 때 건네면 좋은

말, 피해야 할 말 등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해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서홍관 교수와

정신건강클리닉 김종흔 박사에게 물었다.

∇병 상황 되도록 사실대로 알려야

암환자에게 병에 대한 진실을 숨기는 것은 대개 좋은 것이 아니라고 서홍관 교수는

말한다. 나쁜 의도가 없었더라도 환자에게 나중에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암치료나 수술을 해야 한다면 오랫동안 계속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요즘에는 환자 가족들도 환자에게 병에 대해 사실대로 알려주는 추세다.

물론 암환자의 나이가 어리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어린아이는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죽음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이가

많은 노령의 암환자라고 죽음을 비교적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사람이 죽음에 대해 갖는 두려움은 결국 똑같기 때문이다.

∇긍정적 마음 갖도록 동기부여

암환자가 겪는 스트레스는 일반사람이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할 수 있다.

암환자는 가정이나 직장 등 일상적인 삶에 지장을 받고 암 치료에 대한 고통과 부작용,

막대한 치료비, 불확실한 미래와 같은 문제로 근심하게 된다. 이 같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당혹감, 슬픔, 두려움 등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상적 반응부터 우울,

불안, 공황, 사회적 고립과 같이 병적인 상태까지 초래할 수 있다.

김종흔 박사는 “암환자의 20~40%는 병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스트레스가 심하면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암 치료 순응도가 떨어져 예후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김종흔 박사는 “정도가

심한 환자들은 자주 응급실을 이용하거나 진료시간도 더 많이 소모하는 경향이 있으며,

사회적, 직업적 기능 또한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암환자에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안겨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용기는 “OK” 거짓말은 “NO”

암환자에게 용기는 ‘약’이 되지만 잘못된 희망이나 거짓말은 오히려 ‘독’이

된다. 따라서 용기를 주는 것과 잘못된 희망을 주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서홍관

교수는 “암환자의 상태나 예후가 안 좋은데 좋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의미 없는 낙관적인

말을 던지는 것은 암환자에게 도리어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가능성 5%를

갖고 있는 환자에게 “5%라도 당신은 이겨낼 수 있다”고 희망을 주는 것은 좋지만

“5%지만 분명 괜찮을 것이다”라고 지난치게 낙관하는 말은 금물이다.

∇근거 없는 뜬소문 전하지 말아야

“어디의 누가 뭘 했는데 좋아졌다더라” “무슨 암에는 뭐가 좋다던데 좀 알아보지

그러냐” 등 여기저기서 들은 불확실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암환자에게 불필요한

에너지와 비용을 낭비하게 만들 수 있다. 또 환자 가족들에게 뭘 알아보라는 조언은

자칫 가족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으로 곡해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서홍관 교수는 “근거 없는 뜬 소문을 던지는 것은 환자에게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질환이나 건강에 대한 정보는 환자나 보호자끼리만 주고받지

말고 의사와 상의해 확인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환자 병원쇼핑 오히려 독

 “어디 병원 누구 의사가 좋다더라”라는 말을 따라 암환자는 병원을 이리저리

옮겨다니기 쉽다. 특히 희망이 없는 말기암 환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영화배우 장진영도

청천벽력 같은 말기암 진단을 받은 뒤 여러 병원을 옮겨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암환자의 죽음을 재촉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불필요한 검사를 계속해야 하고 처방되는 약도 자꾸 바뀌어 몸과 마음이 고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홍관 교수는 “병원을 옮길 때마다 의사는 자기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 몸이 고생하면서 오히려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암환자에게 좋은-나쁜 음식 따로 없다

병문안을 갈 때 암환자에게 어떤 건강식품을 사가는 게 좋을까? 정답은 따로 없다.

서홍관 교수는 “암환자에게 꼭 권해야 하는 식품도 없고 권해서 안 되는 식품도

없다”며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암환자에게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채소를 많이 먹고 육류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는 식도 지나지게 지키면 오히려

건강에 손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건강식을 한다고 지방과 설탕 함량이 적고 육류를

엄격하게 제한하면 방사선 치료나 화학요법을 받는 암환자의 영양 섭취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힘겹게 암 투병을 하는 환자에게는 고품질의 고영양 식사가 필요하다.

이수진 기자 sooji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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