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같아도 한국만 부작용 없다?

국내 신고건수, 일본의 200분의 1…“신고 업체에 혜택줘야”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기에 부작용이 발생하면 반드시 신고하도록 2004년부터 법제화됐지만

실제 신고 건수는 극히 적은 편이다. 이는 부작용을 신고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의료기기 관련 업체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 따라 부작용 자진신고

업체에 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의료기기 수입해 쓰는데 왜 한국만?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고된 의료기기 부작용 건수는 2004년 1건, 05년 13건, 06년

25건, 07년 115건, 지난해 111건이다. 한 해 평균 53건 꼴이다.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는

있지만 외국의 신고 사례에 비교한다면 이 숫자가 얼마나 적은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연평균 의료기기 부작용 신고 건수는 6만 8460건, 일본 1만1038건, 영국

6962건이나 된다. 한국의 신고 건수는 일본의 200분의 1도 안 된다. 의료기기의 국산화율이

40%도 안 돼 대부분 기기를 수입해 쓰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 들어오는 기기만 부작용이

없는 셈이다.
 

식약청은 신고가 저조한 이유를 “아직 홍보가 잘 안 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식약청 의료기기관리과 관계자는 “의료기기 부작용 신고가 의무화된 것은

2004년 5월 30일로 선진국보다 역사가 아주 짧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들 얘기는 다르다. 어디까지를 의료기기 부작용으로 봐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 부작용을 ‘의료기기를 사용하다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의심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준 없어서 신고 못한다?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대변인은 “의료기기의 범위는 가정용 찜질기, 병원의 자기공명영상(MRI)까지

다양하고 부작용의 종류도 많다”며 “기계의 결함 때문인지 작동자의 잘못 때문인지처럼

부작용을 판단할 세부 지침이 없기 때문에 부작용 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부작용을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취급자는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사망이나 생명에 위협을 주는 부작용은 7일 이내, 그 밖의 경우는 15일 이내에 식약청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그러나 자진

신고이기 때문에 취급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강혜영 교수는 “강제할 장치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청 “성실 신고 업체에 이익주는 방안 검토 중”

부작용 신고가 적은 데는 부작용 신고 업체를 문제 있는 곳으로 보는 외부의 시각도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에서는 부작용 신고 업체를 ‘정직한 업체’로 신뢰하지만

한국은 성실하게 신고하면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나흥복 사업부장은 “부작용을 신고하는 업체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불이익을 당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업체는 선뜻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작용 신고를 활성화하려면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부작용 신고

업체에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부작용이 자진신고된 기기에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요소가 없으면 행정처분을 감면해 주거나 포상을 하는 등 신고 업체에게 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는 사람이나 동물을 진단·치료·처치·예방하거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주려 사용하는 기기를 말한다. 의료용 칼, 주사기, 인공호흡기,

인공혈관, 의료용 전기충격기, MRI 등이 모두 의료기기에 속한다.

한국의 의료기기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으며 수입의존도도 낮아지는 중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의료기기 생산액은 연평균 10.9%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수입의존도는

01년 64.8%에서 07년 61.4%로 점차 줄고 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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