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맡을 때 두 콧구멍 서로 경쟁

각 콧구멍에 다른 냄새 넣어줘도 섞인 냄새 맡지 않아

양쪽 콧구멍에 각기 다른 냄새를 맡게 하면 뇌는 두 냄새가 섞인 채 맡는 게 아니라

두 냄새를 번갈아 가면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콧구멍이 서로 먼저 정보를

뇌에 보내기 위해 경쟁하는 양상이다.

미국 라이스 대학 드니즈 첸 교수 팀은 실험 참여자 12명을 대상으로 한 쪽 콧구멍에는

장미향을, 다른 쪽 콧구멍에는 유성펜 냄새를 각각 맡게 했다. 이 냄새들은 콧구멍

크기에 딱 맞게 제작된 병에 담겨 각 콧구멍에 전해졌다.

그 결과 참여자들은 두 냄새를 한꺼번에 맡는 게 아니라 장미향을 느낀 뒤 이어

유성펜 냄새를 맡는 식으로 번걸아가며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에 따라 두 냄새가

번갈아 맡아지는 속도는 달랐다.

첸 교수는 “귀나 눈처럼 한 쌍으로 돼있는 감각 기관에서 일어나는 ‘쌍의 경쟁’이

후각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라며 “쌍으로 된 기관에서 일어나는 경쟁은 주변부 감각

뉴런과 대뇌피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쌍의 경쟁’은 짝지어진 감각 기관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도’

음이 한 옥타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소리를 엇박자로 양쪽 귀에 들려주면 사람은

소리가 양쪽 귀를 오가는 것처럼 듣게 된다. 양쪽 귀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가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그림을 양 쪽 눈으로 동시에 볼 때도 각 눈이 그림

하나씩을 전담해서 보게 된다.

쌍의 경쟁 현상이 코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 결과는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 9월호에 실릴 예정이며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20일 보도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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