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우울증 여든까지 간다?

3~6살 어린이 10명 중 4명 우울증 증상

어린 아이의 투정은 단순히 심술이 나서 그런 게 아니라 우울증 때문일 수 있으며

어릴 때 우울증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 대학 존 루비 교수 팀은 3~6세 어린이 2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4개

분야로 나뉘어진 정신건강 진단을 하고 우울증 여부를 살폈다.

그 결과 75명이 성인 우울증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이들 중 64%는 6개월 이후에도 이런 증세가 계속됐다. 40%는 2년 뒤에도 계속 문제를

갖고 있어 어려서 생긴 우울증이 계속되는 현상을 보였다. 아이들의 20% 정도는 4가지

진단 항목 모두에서 우울증 판정을 받았다.

어린이 우울증은 엄마가 평소 우울감에 빠져 있거나 기분 장애를 가진 경우, 가족의

죽음이나 폭행처럼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뒤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에서도

우울감을 느끼는 아이가 생길 수 있다.

취학 전 아동에게 우울증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그냥 놀면 되지 어린이에게

우울할 일이 뭐가 있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울증이 일단 시작하면

뇌 속 화학작용에 변화가 생기면서 어린이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조금 처지는 기분을 느끼다가도 금세 미소를 짓는 등 감정의

변화가 큰 편이다. 반면 우울증이 있는 아이는 놀 때조차 시무룩하며 즐기는 게임도

죽음처럼 침울한 주제일 확률이 높다. 아이가 식욕이 없고 잠을 제대로 못 자면서

자주 화를 내고 무언가를 발로 차는 행동을 자주 보이면 소아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루비 교수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지나치게 죄의식을 느끼는 아이도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며 “3살 아이가 실수로 컵을 깨고 엄마에게 사과하는 것처럼

잘못에 대해 지나치게 안절부절 못하는 행동도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어린이에 대한 치료 방법에는 아직 논란이 많다. 항우울제를

어린이에게 처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이 우울증

자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일부 의학자들은 “성인의 우울증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어린이에게 적용해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일반 정신의학 기록(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8월호에

소개됐으며 미국 뉴스전문 방송 ABC 온라인판,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이

3일 보도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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