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 대중광고, 리베이트 줄이는 효과도

“환자, 약정보 많으면 치료효과 높아진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일부터 제약회사가 약품 처방을 조건으로 의사 등 의료계에

건네는 금품 즉 리베이트를 근절한다는 목표아래 해당 약품에 대해 20~40%의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리베이트 제공자와 회사에 대해서는 형사고발과 세무조사까지 하겠다는

종합대책을 시행한다.

KBS 1TV는 약품처방을 둘러싼 리베이트 문제를 최근 잇달아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6월 29일 KBS는 밤 9시뉴스에서 ‘H그룹 계열사 D제약사의 리베이트 비율이 최고

2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한 고발프로그램에선 K제약사가 전국 의료기관은

물론 보건소 공중보건의에게까지 리베이트를 건넸다며 그 회사 내부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일부 국회의원도 리베이트 척결에 대해선 적극적이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의약품이나 의료장비제조업자 등으로부터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 의사 약사 면허자격을 1년 이내로 정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민주당 박은수 의원 등은

여기에 한약사까지 포함시킨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 등도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의 면허자격 정지를 규정하는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리베이트 관행, 시대 뒤떨어진 대중광고 규제가 한 몫

제약회사와 의료계 사이의 리베이트 관행은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신약은 거의 없고 복제약(카피약)이 판치는 제약업계의 현실에서 같은 성분 같은

약효의 여러가지 전문약 중에 자사 제품을 선택해 처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의사

등 의료계에 이런저런 방법으로 설명하거나 금품을 건네 호감을 사는 방법밖에 별다른

판촉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이 같은 리베이트 행위를 척결하려는 이유는 리베이트가 고스란히 약값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리베이트로 인한 소비자피해액이

연간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이유는 전문의약품에 관한 한 그 선택권이 오직 의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의대 권용진 교수는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사회에서 의약품

선택권을 둘러싼 논쟁은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한 채 특정집단의 이익챙기기로 휘둘려

왔다”며 “이제라도 의료소비자에게 의약품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이사는 6월11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리베이트를 막기 위해선

의약품 선택권의 일부를 의사에서 소비자로 바꿔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사에게만 집중되는 약품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리베이트가

발생한다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약회사의 직접적인 약품 정보 전달이 이뤄진다면

리베이트는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전문약  광고규제를 풀

경우 제약업계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의약품 거래는

투명성이 확보돼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질 것이란 논리다. 공정위 노상섭 경제분석과장은

29일 “전문약 대중광고 허용이 리베이트를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전문약 대중광고가 허용될 경우 환자들이 처방에 관여하는이른바

처방권 침해 현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12년째 Y의원을 운영중인 G원장은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하루

동안 몇 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병원에 이익이 나는지 알고 있다”며 “만약 전문약

광고가 시작되면 특정 약을 처방해달라는 환자 요구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데

시간을 소비해 종전보다 적은 수의 환자를 보게 되고 이는 병원 수익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바꾸어 말하면 소비자의 특정 약 처방요구로 시간을 뺏겨 병원경영에 지장을 준다는

얘기다. 서울대 의대 B 교수는 “특정 약 처방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의료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이를 ‘귀찮다’고 여기는 것은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를

저버리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문약 대중광고가 허용돼 리베이트가 없어지면 소비자는 약값 부담을 크게 덜게

될 뿐 아니라 약품 정보를 놓고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올바른 약

복용이 이뤄지면서 치료효과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다. 환자가 약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면 알수록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효과가 높아진다는 논문은 수없이 많다.

대중광고 허용시 시장규모 6000억 추산

제약산업 데이터 조사분석 기관인 IMS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전문약 등 모든 의약품의

대중광고가 자유로운 미국의 경우 한국의 전문약과 같은 개념인 처방약 시장 규모는

작년을 기준으로 약 3000억 달러이다. TV 신문 등 각종 매체를 통한 광고비는 145억

달러로 전체 시장 규모의 약 5%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6월22일 발표한 의약품 시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총 생산액은 13조 7336억 원이며 전문약과 일반약의 비율이 9:1인 점을 감안하면

전문약 총 생산액은 약 12조 6000억 원이다. 여기에 미국의 처방약 광고비율인 5%를

대입하면 한국의 전문약 광고시장은 약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문약 대중광고 금지 조치를 풀 경우 제약업계는

의사 등 의료계 위주 판촉이나 로비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판촉행태로

바꾸는 혁명적 상황이 올 것”이라며 “리베이트로 인해 받았던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제약업계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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