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옷-말투가 성폭행 부른다”

영 연구진 “성경험 많은 여자로 남자가 판단하기 때문”

아슬아슬

짧은 미니스커트, 가슴과 허리 라인이 강조되면서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 등이 남성의

성 욕구를 자극시켜 성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여성계는

이에 대해 “옷차림과 성폭력은 아무 관계없다”는 반론을 펴 왔다. 이런 가운데

여자의 야한 옷차림이 실제로 성폭력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쟁에 새롭게 불을 지피고 있다.

영국 리세스터 대학교 심리학과 소피아 쇼 교수 팀은 대학의 럭비 및 축구 팀

선수와 지역 운동 클럽 회원 등 18~70세 남자 101명을 모아 이들이 나이트클럽에서

여자를 만나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를 최근 영국에서 열린 ‘법의학

심리학 연차 학술대회(Forensic Psychology Annual conference)’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선 이들 남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성경험은 얼마나 되는지, 여러

여자를 상대해 봤는지를 조사했다. 이어 연구진은 이들이 나이트클럽에서 조금씩

다른 여자를 만나는 여러 시나리오들을 말해 주면서 각 상황마다 남자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를 알아봤다.

시나리오는 여자들에 대해 △옷차림 △시시덕거리는 정도 △자기주장 정도 △술

취한 정도 등 4가지를 각각 조금씩 다르게 적용했다. 그 결과 남자들은 옷이 꽉 끼거나

짧고, 섹스에 관심 있는 듯이 말하는 여자를 쉬운 상대로 여기고 이런 여자를 유혹하기

보다는 강압적으로 성행위를 하려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남자들이 강간에 이르기까지의 단계를 여자의 집에 들어가는 1단계부터

성폭행을 하는 27단계까지 나눴다. 19단계에서 여자가 “불편하다” 또는 “너무

속도가 빠르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강압적으로 밀고

나가는 비율은 여자의 복장과 언행이 야할수록, 그리고 남자가 경험이 많을수록 높았다.

24단계까지 간 비율은 성경험이 많은 남자가 35%인 반면, 성관계 경험이 없는 남자는

5%에 불과했다.

한편 술 취한 여자는 남자들의 쉬운 타깃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남자들은

술에 많이 취한 여자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대답했으며, 술 취한 여자보다 맨 정신의

여자에게 더 강압적으로 나간다는 비율이 높았다.

쇼 교수는 “남자들이 여자를 유혹하기 보다는 강제로 침대로 끌고 가려는 태도는

놀랄 만하다”며 “평범한 남자에게서도 이런 성향은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성계 “성폭행 근본 원인은 여자 아닌 남자에 있다”

이런 연구와는 상관없이 영국의 일부 기업들은 여직원의 과다노출 때문에 직장

안에서 성희롱,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법정에서 기업이 관리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복장 규정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계는 복장과 성폭행을 연결시키는 주장에 대해 “상관없는 두 요소를

남자들이 연결시켜 성폭행 책임을 여자에게 지우려 한다”고 반발한다. 여성계는

‘여성의 노출이 성폭력을 자극하는 요소라면 노출이 심한 여름에 성폭력이 더 많이

일어나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계절과 상관없이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조사 자료를 인용한다.  

이들은 또한 “아프리카에서는 가슴을 노출하거나 옷을 거의 벗고 다녀도 강간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야한 옷차림이 강간을 유발한다는 것은 만들어낸 개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성폭력은 인간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폭력성향 중 하나로 여성 피해자가 유발한 성적 충동보다는 성폭행 행위자가

원래부터 갖고 있던 공격성 또는 힘의 차이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옷을 가려 입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성폭력은

기본적으로 남성에게 책임이 있지만 성폭력을 하려는 남성에게 핑계거리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여성들이 조심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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