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직후 ‘이쁜이 수술’ 해야 좋다고?

일부 병원 공공연한 권장에 전문의들 “효과 보장 못해”

“출산이 다가오니까 병원에서 안내문을 나눠주던데 질 성형(이쁜이 수술)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그 병원에서는 분만 뒤 바로 이 수술을 해도 효과가 좋다고

하고 수술비도 50% 할인해 준다는데 이왕 할 거면 출산 직후에 해도 괜찮을까요?”

한 산모가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이다. 이 산모의 말대로 최근 일부 병원들이

출산을 마친 산모에게 바로 회음 성형 수술을 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이들 병원들은

“어차피 출산하느라 늘어난 질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질을 좁혀 주는 일명 ‘이쁜이

수술’까지 해 주면 좋다”며 시술을 권장하고 있다.

흔히 ‘이쁜이 수술’이라고 불리는 회음 성형은 질 성형술, 소음순 성형술, 음핵

성형술, 회음체 성형술 등으로 나뉘며, 목적은 성생활 등으로 넓어진 질을 좁혀 성생활의

질을 높여 준다는 것이다.

서울 H산부인과는 홈페이지의 상담 코너에서 ‘출산 뒤 질 성형의 적절한 시점’을

묻는 고객에게 “이쁜이 수술은 출산 뒤 바로 수술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산후 회복 시에 같이 회복이 되기 때문에 따로 쉰다거나 같은 부위를 두 번 수술하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변해 놓았다.

“해도 출산 뒤 3개월 정도 지나야”

이러한 권유 또는 홍보는 출산으로 질이 넓어진 여성들에게는 솔깃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양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영재

교수는 “출산 직후에는 몸의 변화가 많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난 뒤 질과 회음부가

늘어나 있는 상태에서 바로 회음 성형 시술을 하는 것은 그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며

“최소 3개월 정도의 산후 회복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모유 수유를 계획하는 산모라면 모유 수유가 끝난 뒤에 질 성형을

받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이유는 모유 수유를 하는 도중 여성의 몸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회음 성형 수술은 전혀 효과가 없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2007년 여성 질 성형에 대해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의 애비 베렌슨 박사는 이 논문에서 “질

성형은 감각이상, 감염, 통증, 흉터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기 때문에 대한여성회음성형연구회의 원철 회장(벨라주 여성의원장)도 “질을

출산 전 상태로 회복시키는 봉합도 굉장히 섬세한 수술이기 때문에 이것부터 꼼꼼하게

해주는 게 우선”이라며 “아이를 낳느라 골반 자체가 벌어지고 출혈이 많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질 성형을 하라고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생명에 지장을 주는 수준의 위험한 수술이 아니므로 물리적인 후유증이나

합병증 우려는 적지만 나중에 실망하는 등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생활 만족도 낮은 원인부터 찾아야

회음 성형 뒤 정신적 스트레스가 나타나는 원인은 지나친 기대 때문이다. 모양을

완성하는 얼굴 성형은 의사의 실력에 따라 어느 정도 일정한 결과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회음 성형은 형태가 아닌 성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는 기능적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결과에 편차가 클 수 있다.

원 회장은 “질을 좁히면 바로 오르가슴이 올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를 갖고 수술에

임하면 이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성감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무턱대고 질 성형

수술부터 받을 게 아니라, 부부 사이에 심리적, 정서적 문제는 없는지, 성 만족도의

문제가 여성의 질 때문인지 아닌지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한 뒤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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