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병원 살길은 전문화? 대형화?

양산부산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두 병원의 다른 행보

지역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 의사와 간호사의 수급 문제 등으로 지방 병원들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KTX 전용선이 부산과 광주까지 확장되면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코메디닷컴은 한국언론재단과 함께 ‘지방병원 생존의 길’ 공동

기획을 지난 6월 8~11일 진행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기획은 지역 언론과 함께 각 지역 병원과 지자체

등을 현장 점검하며 지역 병원이 사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번 기획에서 참가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 두 병원을 소개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두 병원의

사례는 지역 병원의 살길에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화로 승부한다 ― 화순전남대병원

전남대병원은

2004년 화순에 새로 병원을 열면서 두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우선 병원 소재지가

시가 아닌 군이다. 대학병원이 들어서는 상식적인 조건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남대병원 생각은 다르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암과 관절을 전문으로 진료 및 치료한다.

전문 체제 구축을 위해 광주 전남대병원은 암 치료는 하지 않는다.

범희승 화순 병원장은 “분원 개념이 아니다”라며 “계획 때부터 내부적으로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질병 중심,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센터제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이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전남 지역 암센터로 지정돼 150억 원을

지원받았다. 특화에 대한 지원을 받은 것이었다.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PET), 선형

가속기, 감마 나이프 등 암 진단과 치료에 꼭 필요한 고가 장비도 갖추었다. 기기

측면에서 서울 유명병원에 뒤쳐지지 않는다. 현재 화순병원은 암 면역세포 치료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특화의 과실로 현재 광주, 전남 지역 암 환의 65% 정도가 화순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다. 목표는 이를 80%까지 높이는 것. 범 병원장은 “지방 환자들이 서울에서

암 치료를 받으면 지방에서보다 두 배 정도 비용이 더 든다”며 “치료비는 비슷하지만

숙박비, 식비, 교통비 등에서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화순전남대병원의 이런 전략은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대형 병원을 이길 수는

없지만 중요 분야에서는 특화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것으로 그 성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종합 의료타운으로 승부한다 ― 양산부산대병원

2008년

11월에 문을 연 양산부산대병원은 양산 시민들도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있었지만

이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통해 전국적인 유명 병원이 됐다. 백승완 병원장은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우리 병원이 널리 홍보됐지만 지역에도 이런 수준 병원들은

많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앞으로 종합 의료타운의 중심이 된다. 어린이병원은 이미 문을

열었고 한방병원, 치과병원, 재활병원 등이 속속 오픈할 예정이다. 또한 단지 안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약학전문대학원, 간호대학, 한의학전문대학원,

임상연구센터 등도 들어서게 된다.

백 병원장은 “안과, 이비인후과, 심혈관 질환, 뇌신경 질환 등 양산 병원이 장점을

갖는 부분은 전문센터화 하고, 약하다고 생각되는 진료과에는 의료진을 충원할 계획”이라며

“어린이병원도 심장센터를 갖추고 질환별 클리닉 체제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양산 병원의 구상은 한 단지 안에서 모든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굳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백 병원장은 “국립대병원, 또

지역 거점병원으로서의 의무감이 있다”며 “지역 분권 차원에서라도 거점 병원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에 이러한 의료타운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정책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부산대병원의 이러한

거점 작전이 앞으로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지역 병원들 ‘소프트웨어 개혁’ 필요

전문가들은 일부 질환을 제외하고는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질 차이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유방암이나 갑상선암처럼 표준화 된 수술은 굳이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 병원을 이용하면 비용도 적게 든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에 웃지 않는 직원 등 지역 병원의 소프트웨어 측면은 수도권

병원을 따라가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수도권에서와 같은 치열한 경쟁이 없는

탓이라고 하기엔 지역 병원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아 이제

지역 병원도 수도권 병원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구도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지방 국립대 병원의 제2 병원으로서 상이한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전남대와 부산대 병원의 앞날은 큰 관심이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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