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숨기지않는 악녀의 파괴력 “인기”

“답답한 한국 현실이 ‘미실’ 인기 몰고 왔다”

안방

극장에서 지금 ‘악녀’가 대세다. 월화 드라마 ‘선덕여왕’에선 선덕여왕이 아니라

악녀 ‘미실’(고현정 분)이 최고 인기고, ‘자명고’의 이미숙, ‘찬란한 유산’의

김미숙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드라마에선 착한 여자가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나쁘더라도 강하고 독한

캐릭터가 인기다. 이런 현상에 대해 경희의료원 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강한 힘에

대한 선호는 본능적”이라고 말했다. 악녀에 끌리는 것은 그들의 악함에 끌리는 게

아니라 그들의 강함에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란 해석이다. 악역에 끌린다지만 얍삽하게

나쁜 캐릭터는 별로다. 당당하고 강한 악역만이 사랑 받는다.

반 교수는 또한 “사람들은 성격장애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성격장애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니다. 어려운 현실 탓에 누구나 일탈을 꿈꾸는 한국 상황에서

성격장애와 힘이 결합했을 때 나오는 파괴적 공격력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이라고

반 교수는 해석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 역시 “나쁜 여자, 나쁜 남자를 막론하고 나쁜 사람에게는

악마적 매력이 있다”며 “나쁜 남자와 여자가 법을 어기고 반항하며 일탈한다는

강한 면모가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기나 사회 불안 시기에는 자극적인 인물이 인기를 끈다는 해석도 있다. 이는

사람들이 현실의 불안감을 깨뜨려 줄 카리스마적 영웅 캐릭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미실’ 같은 팜므파탈 캐릭터도 이런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욕망 숨기지 않는 여자들

시대의 여성상이 순응적 여자에서 자기 주장과 개성이 뚜렷한 쪽으로 바뀌어간다는

점도 악녀가 사랑 받는 배경 중 하나다. 대구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 심영섭 교수는

“드라마에 악녀들이 자리 잡은 이유는 착한 여자에 더 이상 흥미를 못 느끼기 때문”이라며

“실제 화면 밖 여성들이 일에서 성공을 꿈꾸며 주체적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런

성향이 드라마에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성영신 교수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인 것은 이제 남녀가 따로 없다”며

“여자들의 사회적 성공 욕구가 커진 지 이미 오래”라고 말했다.

남자도 “능력 있는 여자 좋아”

젊은 남성들이 악녀를 좋아하는 현상은 자기 주관이 뚜렷한 능력 있는 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여성은 경제적 측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능력

있는 여성과는 대화도 잘 통한다.

성 교수는 “능력 있는 여성은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지만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의존적이고 가정에만 충실한 여성보다 개방적이고 사회 생활도

함께 하는 친구 같은 여성을 요즘 젊은 남성들은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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